내년 임기만료 40·50대 교장들, 평교사·명퇴 갈림길

입력 2006-11-07 10:42:07

경북의 한 초교 A(55) 교장은 내년 8월말을 생각하면 바늘 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1999년 9월 교원 정년 단축의 영향으로 40대 중반에 교장으로 취임할 때만 해도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중임 제한에 걸려 8년이 되는 내년 9월 이후의 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정년까지 6년이나 남았지만 갈 곳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그는 "초빙교장으로 갈 수 있는 자리는 제한돼 있고 이제 평교사로 돌아가기도 쉽잖다."며 "교육부가 정년만 줄여놓고 후속 대책은 나 몰라라 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원 정년 단축으로 탄생한 이른바 '40대, 50대 젊은 교장'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999년 교원 정년이 62세로 짧아진 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교장이 된 이들은 초빙교장이나 전문직 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평교사로 돌아가거나 명예퇴직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경북의 경우 이 같은 '정년 단축 쇼크'는 심각하다. 경북도 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교장 퇴임 후에도 남은 임기를 걱정해야 하는 현직 교장은 초등 63명, 중등 7명 등 모두 7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정년까지 2, 3년을 남겨두고 있으며 6년 넘게 남은 경우도 있다.

신상환 경북도 교육청 초등인사담당 장학사는 "대부분 초빙교장직을 원하고 있지만 경북 전체에 26개 학교로 자리가 한정돼 있고, 그나마 평교사로 돌아가려면 재연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경북의 초교 B교장(57)은 "교감 승진 이후 수업을 손놓은 지가 벌써 14년이나 돼 평교사로 돌아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나영규 중등교육과 장학사도 "중학교 교장으로 있다 평교사로 돌아간 사례는 2000년 이후 단 한 명이며 그마저도 정년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였다."고 말했다.

대구시 교육청은 내년 8월말 기준으로 중임 이후 정년이 남은 교장이 초등 19명(중등 없음)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교육계에서는 전국적으로 1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정년이 남은 교장들은 당연히 원로교사로 돌아가야 한다고 못을 박고 있다. 황인길 교육부 교원정책과 사무관은 "서울대 총장도 총장직을 물러나면 평교수로 가지 않느냐."면서 "현재로는 초빙교장이나 평교사로 교단에 남는 것 이외의 대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천·이창희기자 ich888@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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