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억울하게 땅을 잃고 빼앗긴 사람들이 반세기를 돌고 돌아 제 권리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빗나간 사례도 적잖다. 아파트 재개발, 혁신도시 조성이 잇따르면서 '내 조상이 남긴 금싸라기 땅은 혹시 없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이런저런 이유로 조상 땅 찾기에 나선 사람들을 만났다.
◇혹시나 하는 사람들="아버지는 늘 말씀하셨다. 내가 죽으면 물려 줄 조상 땅이 있다고…." 지난 1998년 아버지를 여윈 이모(26) 씨. 살아계실 당시의 '말씀'과는 달리 아버지가 그에게 물려준 땅은 단 한 평도 없었다. 그로부터 8년 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성구청을 찾아갔으나 국가지적전산망을 모조리 훑어도 아버지가 남긴 땅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대구시와 시내 8개 구·군청에 조상 땅 찾기 사업을 신청한 '후손'들은 모두 3천777명.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천730명이 이 씨와 같은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구청 담당 공무원들은 "실제 땅을 찾는 사람들은 '열에 하나'에 지나지 않고 절대 티를 내지 않는다."며 "대구 신청자들 중의 상당수가 20, 30대 실업자로, '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헛된 꿈을 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진짜 조상 땅과 조상 땅 권리를 찾은 사람들=이모(90·경기 용인) 할아버지는 지난 4월, 80년의 세월을 지나 대구 수성구에 남겨진 조상 땅 600여 평의 일부 권리를 되찾았다. 이 할아버지는 1925년 지금의 수성구 이천, 연호동 일대 전답을 대구-경산 간 도로로 빼앗겼고, 그 뒤 이 도로는 정부의 행정구역 경계 조정을 거쳐 1981년 대구시 소유가 됐다. 이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정부나 대구시가 이 땅을 활용하면서 상속자인 자신과 재산 취득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다."며 대구지법에 소송을 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조상 땅 되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구시 현직 한 공무원은 충남 행정도시 부지 공고에서 조상 땅을 확인했지만 군사정권 시절 특별조치법 때문에 결국 찾지 못했다. 한국전쟁 뒤 토지대장이 소실되면서 주인 없는 토지가 속출했지만 당시 정부는 현지 주민들이 보증만 서면 등기 이전을 남발했다. 이 공무원은 "현장을 찾았지만 당시 보증인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 사실 관계를 확인해 줄 사람이 없었다."며 "소송까지 생각해 봤지만 승산이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진짜 조상 땅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국가기록원, 국립중앙도서관까지 발품을 팔며 조선총독부 시절 관보를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까페에는 이런 사람들이 만든 조상 땅 동호회만 20개가 넘는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지난 2004년부터 올해 말까지 순수 일본인 명의의 토지를 국가재산에 귀속시키는 절차를 밟으면서 더 늦기 전에 조상 땅을 찾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끝나지 않은 조상 땅 찾기=조상 땅을 찾기 위해 어려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사유지 권리 찾기에 인색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인 명의의 국내 토지 정리 사업.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일본인 명의 토지 국가 귀속 사업은 이번이 3번째. 지자체가 전담한 1980년대, 90년대 두 차례 사업은 주먹구구식이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도시계획 사업으로 추진했던 일본인 명의의 도로 부지 등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아예 원주인을 찾지 않았다."며 지자체 조사에 의문을 제기했고, 대구시 담당 공무원들은 "당초 1, 2명의 지자체 공무원들이 방대한 작업을 책임지기가 불가능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도 주인 없는 옛 땅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이나 측량 조사 때 번지수도, 소유자도 없는 유령 땅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한국전쟁 때 소실된 일본인 명의 또는 국내인 토지나 국가토지 조사에서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나타난 무주 부동산만 3만여 평. 무주부동산은 6개월간의 공고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올해 북구와 달성군 두 곳에서 '내가 주인이다'는 민원인들과 '주인이라는 확실한 기록이 없다.'는 구·군청간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구.군청 담당 공무원들은 "행정은 사유지의 국유재산화에만 신경쓸 뿐 사유지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데 인색하다."며 "국가가 나서 전체 토지 조사와 소유 관계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상준기자 all4you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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