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산불, 오랑우탄 서식지 파괴

입력 2006-11-07 09:44:09

인도네시아 열대림에서 발생하는 산불이 멸종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의 서식지를 급속히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3개월 사이에 발생한 산불로 호흡기 질환에 걸리거나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왔다가 타살 또는 도살된 오랑우탄이 1천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의 아난드 라마나탄 야생동물 구호요원은 6일 보르네오 섬에서 수개월째 계속되는 산불로 인해 연무(煙霧)로 고통을 받는 수백마리의 오랑우탄이 서식지를 벗어나 방황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마나탄 요원은 "최근 서식지를 벗어난 43마리의 오랑우탄을 구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서식지를 벗어난 뒤 사람들에게 맞은 상처가 심했고 일부는 호흡기 질환과 화상을 입어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보르네오 오랑우탄 보호 기구'의 한 관계자는 "서식지가 파괴돼 병들어 죽거나굶주린 오랑우탄이 민가로 내려왔다가 타살되거나 도살되는 경우가 많아 최근 3개월사이에 1천마리가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앞서 보르네오 탄중 푸팅 자연공원의 사우트 마날루 관리소 소장은 "오랑우탄 서식지 파괴를 막기 위해 산불 진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거의 통제 불능상태"라며 "최악의 경우 오랑우탄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켜야 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오랑우탄 최대 서식지인 이곳 자연공원에는 오랑우탄 6천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공원 관리소는 사냥꾼들이 사슴을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이곳에 산불을 놓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불이 난 자리에는 신선한 풀이 무성하게 자라 사슴들이 자주 찾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야생동물 보호 프로그램'(WCSIP)에 따르면 1996년만 해도 3만5천마리에 이르던 오랑우탄 수가 올해는 2만마리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오랑우탄은 서식지에 따라 수마트라 오랑우탄(폰고 아벨리) 과 보르네오 오랑우탄(폰고 피그매이우스) 등 두 종류로 나뉜다.

알드리안토 프리아자티 '보르네오 오랑우탄 보호 기구'의 사무총장은 "산불과 불법 벌목 이외에도 야자수 농장을 위한 경작지 조성이 오랑우탄 서식지 파괴의 주요 요인"이라며 "방치할 경우 오랑우탄은 앞으로 10~20년 후면 멸종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오랑우탄은 아시아 대륙에 서식하는 유일한 유인원이기 때문에 멸종될 경우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아시아의 큰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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