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프리즘)수능 난이도에 관한 오해

입력 2006-11-07 07:11:51

수능시험이 목전에 다가오자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영역별 난이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험이 쉽게 출제되면 좋고 어렵게 출제되면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보다 잘못된 생각은 없다. 현행 수능시험은 몇 점 이상 받으면 모두에게 동일한 자격을 부여하는 절대평가의 자격시험이 아니고, 전국의 수험생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상대평가이다. 선발을 목표로 하는 시험은 실력 차이를 확연히 드러낼 수 있는 변별력이 있어야 시험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성적표에 원점수 대신 표준점수가 표기되는 현행 수능시험은 더욱더 적정 난이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응시집단의 평균이 낮으면 자신의 원점수가 낮아도 표준점수는 높아지지만, 응시집단의 평균이 높으면 자신의 원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표준점수는 낮아진다. 예를 들어 지난해 언어영역은 전체 응시자의 원점수 평균이 75.9(100점 만점 기준)점으로 가장 높았지만 표준점수 만점은 127점으로 가장 낮았다. 그러나 수리 '나'는 응시집단의 원점수 평균이 40.2점으로 가장 낮았지만 표준점수 만점은 152점으로 다른 영역보다 훨씬 높았다.

표준점수제의 현행 수능에서는 문제가 쉬울수록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표준점수 차이가 줄어들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제를 쉽게 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열심히 노력한 학생이나 그렇지 않은 학생이 서로 비슷한 점수를 받게 하자는 것이다. 변별력이 없는 시험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억울한 수험생을 양산한다. 그들은 재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쉬운 해에 재수생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수험생들이 모의고사나 수능시험을 칠 때 문제지를 보기 전에 자기가 받길 기대하는 점수를 미리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시험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쉬우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우선 힘이 난다. 그러나 예상보다 어렵다고 생각되면 자신이 기대하는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시험이 예상보다 어렵다고 생각될수록 남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수험생은 난이도에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몇 점을 받느냐보다는 전국 수험생 중에서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마음을 가다듬으며 결전의 각오를 새롭게 할 때이다. 늦게 자는 습관을 가진 학생은 생활패턴을 낮 주기로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몸이 축 늘어지고 집중이 잘 안 될 경우에는 가벼운 산책이나 간단한 맨손체조로 전신을 한 번씩 긴장시켜 주면 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남은 기간 하루 6시간 이상 자면서 체력 관리를 잘해야 수능 당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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