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사' 전성시대…응시자 매년 증가세

입력 2006-11-06 10:37:22

건설회사 중역인 심재웅(60) 씨는 최근 '동화구연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환갑이나 된 사람이 동화 구연이 웬 말이냐.", "체통 없다."는 등 주변의 핀잔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 씨가 동화 구연에 심취한 이유는 '사회복지시설의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동화를 들려주고 싶어서'였다. "60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하던 중 동화구연지도사 얘기를 듣고 눈이 번쩍 띄었다."는 심 씨는 "앞으로 동화구연지도사로 봉사활동을 하며 노후를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정 분야에서 다른 이를 가르칠 자격이 있음을 관련 단체에서 인정하는 '지도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봉사활동이나 자녀 교육, 여가 생활, 부업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지도사가 되려는 것.

연 2회 치러지는 '동화구연지도사' 자격증 시험에 대구에서만 70~80여 명의 응시자가 몰리고 있다. 이는 매년 10%씩 느는 추세다. 유아교육과 학생과 유치원 및 초교 교사는 물론, 직장인 등 응시자들의 연령과 계층도 다양하다. 대구의 업무를 맡고 있는 김영재 대구영화학교 교사는 "그동안 동화구연자에 대한 평가 자격증이 없었다."며 "자격증을 따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자신감도 높아져 찾는 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성직업전문학교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개설한 '가베 지도자 과정'에도 하루 수십 통 씩 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가베 지도자'는 특정 장난감을 이용해 유아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이 학교 관계자는 "수강료가 사설 문화센터의 절반 수준인 24만 원이고, 고용보험에 가입된 직장인은 수강료의 80%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자녀를 직접 가르치기 위해 '지도사'가 되려는 주부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박은경(37·대구 황금동) 씨는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두 자녀를 가르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남편의 권유 때문이었지만 속내는 이웃 아이들을 모아 부수입도 올리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박 씨는 "아이들도 책 읽어주는 엄마를 좋아하고 부수입도 기대할 수 있어 '일거양득'"라고 했다.

지도사의 경우, 민간단체에서 주관하는 관련 자격증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논술, 아동미술실기, 태교, 어린이 예쁜 글씨, 닥종이 인형, 천연화장품 지도사 등 온갖 지도사 양성과정이 있다. 특히 미술심리, 논술, 독서, 가베 지도사 등 어린이 사교육 지도사가 인기다. 또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장례, 노인교육 등 실버 세대를 겨냥한 지도사도 각광받고 있다. 김영국 계명대 평생교육원 일반과정 담당은 "지도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더 많은 분야에서 이색적인 지도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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