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2시간8분대 도전.."후배들아, 패기를 가져라"
"후배들아, 패기를 갖고 뛰어라."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6.삼성전자)는 살아있었다.
육상 전문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이제 그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단언했었다. 주변에선 '이제 그만 뛰는 게 어떠냐', '코치 연수를 다녀와라'는 등 현역에서 은퇴하기를 권유하는 말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봉주는 5일 2006 중앙서울마라톤에서 자신의 생애 36번째 마라톤 풀코스(42.195㎞)에 도전해 34번째 완주를 해냈다. 그것도 2시간10분49초로 올해 국내 선수 최고기록이다.
세계적으로도 30회 이상 마라톤을 완주한 엘리트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이봉주가 37㎞ 지점에서 따라잡은 모로코의 37세 베테랑 압델카데르 엘 무아지즈가 24번 풀코스를 뛰었다고 자랑했지만 한참 모자란다.
이봉주는 "새로운 면모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봉달이'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도 그만 뛰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는 그는 "내년에도 계속 뛰겠다. 내가 하고 싶을 때까지, 뛸 수 있을 때까지 뛰겠다"고 했다.
반환점을 돌고 나서 체력이 떨어져 선두권을 놓쳤다는 이봉주는 "예전 같으면 그렇지 않았겠지만 초반 페이스를 올린 게 부담이 됐다. 하지만 후반부엔 나름대로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기록엔 만족한다"고 자평했다.
이봉주는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을 경신하고 뿌듯하게 은퇴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겠지만 꼭 그 기록에 근접하지 못하더라도 계속 뛰겠다고 했다.
침체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최고참으로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또 젊다면 패기를 갖고 뛰었으면 해요.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특유의 어눌하고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전하고자 하는 뜻은 강렬했다. 다음 달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후배들이 한국의 마라톤 5연패를 꼭 이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컸다.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은 "오늘도 초반에 무리하지 않았다면 1분 정도 기록을 앞당길 수 있다. 이런 페이스라면 내년에 2시간8분대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이봉주에게 매우 힘든 시기였고 그 시련을 넘겼기에 내년은 더 희망적이라고 한다. 지난 3월 일본 비와코마라톤에서 생애 두 번째 기권을 했고 그 후 족저근막염으로 한참 고생했다.
이봉주는 "부상으로 인한 통증 같은 건 없다"고 했다. 풀코스를 뛰고 나서도 다시 일어서 가볍게 다리 근육을 풀었다. 벌써 내년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듯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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