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오르내리다 보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강가의 경작지다. 시뻘건 속을 드러낸 밭고랑, 작물 위에 덮여있는 꺼먼 비닐봉지….
깨끗한 물이 흘러가는 최상류의 봉화 백천계곡에도, 대구 인근 달성습지에도, 최하류 부산에서도 비슷한 풍경들이다. 농민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기분이 다소 언짢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풍경을 망치기 때문이기도 있지만 강 수질을 나쁘게 하는 주오염원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낙동강에서 공업·생활폐수 같은 큰 덩치의 오염원은 하·폐수처리장 등을 통해 상당부분 제거됐다. 90년대 이후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은 "이제는 농지 산지 도로 공사장 등과 같이 불특정 장소에서 불특정하게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오염원을 없애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이런 '비점(非點)오염원'은 먼지, 쓰레기, 농약 상태로 있다가 비와 함께 강으로 쓸려내려가면서 하천을 더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삼림을 없애고 골프장을 건설하는 일이나 산을 깎아내고 도로 개설공사를 하고 산구릉이나 계곡을 뭉개 신도시개발을 하는 것도 오염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조사에서 낙동강수계 비점오염원 오염기여율은 20.8% 정도지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2020년에는 48.9%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상류권 고랭지의 오염실태
깨끗한 상류에도 비점오염원이 넓게 퍼져 있다. 황지천 병오천 현동천 운곡천 등과 같은 상류지역 곳곳에는 해발고도 600m 이상에 위치한 경작지가 많다.
집중강우가 있을 경우 고랭지에서는 산사태와 심한 토양유실이 발생하고 농약·비료에서 나오는 영양염(질소, 인, 칼륨 등)이 하천으로 대거 유입된다. 상류 유역은 집중강우, 침식이 잘되는 사양토, 높은 경사도 때문에 토양유실이 쉽게 일어난다.
또 병오천을 제외한 대부분 상류 하천에서는 영양염의 농도가 무척 높은 것으로 조사돼 있다. 고랭지에서는 낮은 곳보다 농약, 비료 사용이 훨씬 많은 게 특징이다. 집중강우, 강풍, 이상고온, 빈번한 안개 등으로 병해충 발생이 잦아 연 8회 이상 3~6종의 농약을 섞어 뿌려주는 게 보통이다. 비료의 경우에도 2~10배 정도 더 줘야 한다.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는 '식생완충대(그림 참조)'를 조성한 후 농사 짓기를 권유하고 있다. 식생완충대는 밭의 경사가 끝나는 부분에 적당한 넓이만큼 식물이 자라도록 해 흘러내려오는 토사를 막도록 한 방법이다.
◆대구 주변 축사 탓인가?
상류에서는 농경지가 걸림돌이지만 하류로 내려갈수록 축사가 더 문제다.
달성군 하빈천의 예를 보자. 하빈천에서 배출되는 연간 오염부하량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1만㎡)당 238㎏, 총 질소 119㎏, 총 인 14㎏인데 이 중 경작지, 축산지에서 유래하는 비점오염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67%, 90%, 85%에 달한다. 이 중 축산으로 인한 비율이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심각하다.
토양과 영양염 유실을 억제하는 신 경작법이나 소규모 축산폐수처리시설 설치, 마을 하수도 정비 및 하수처리시설 설치운영 등이 필요하지만 주민 인식, 예산 등 때문에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달성군 영역에 있는 낙동강 주변을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2004년 환경관리공단 조사에 따르면 낙동강 집수역 밭에서 배출된 부유물 농도(SS)가 연간 ㏊당 233㎏, 총 질소 40㎏, 총 인 0.83㎏이다.
낙동강 중류권 56.5㎞구간에서 대구 달성군쪽과 경북 고령군쪽의 하천부지 경작지(약 4㎢)에서 낙동강물로 배출되는 총 오염원은 부유물이 연간 93.2t, 총 질소 16t, 총 인 0.34t이나 된다.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경작지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아진다.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예전 하천 부지에 있던 강변숲이 그대로 있었다면 오염물 처리기능을 잘 수행했을 것"이라면서 "조상들이 삶의 지혜로 만들어놓은 마을 숲을 파괴하는 바람에 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라고 말했다.
글·박병선기자
사진·박노익기자
■학술조사팀=영남자연생태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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