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상을 뛰어넘는 일본의 '이승엽 열풍'

입력 2006-11-02 09:47:38

삼성 라이온즈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한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고 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이 비로 연기됐을 때 한달여 전 사업 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본 도쿄돔이 생각났다. 지하 2층, 지상 4층의 구조로 5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도쿄돔은 식당과 기념품 코너 등을 갖추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야구를 관전할 수 있어 대구구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토요일 경기를 보기 위해 도쿄돔을 찾았을 때 시즌 종반에 요미우리의 리그 성적이 부진, 4위가 확정적이었지만 일부 요미우리 팬들은 전날부터 텐트를 치고 입장권을 구입하는 등 열성이 대단했다. 경기 시간 2시간 전인 오후4시경 입장권이 매진됐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우리 일행은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어쩔줄 모르고 있었는데 구단 관계자가 이승엽에게 연락, 이승엽의 도움으로 기자석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행운을 누렸다. 이승엽을 보기 위해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구단측은 세심하게 배려를 해줬고 이승엽의 구단 내 위상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요미우리 팬들이 이승엽만 나오면 "승짱, 호므런~ 호므런~"을 외쳤다. 1회말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이승엽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2대3으로 역전패하고 말았지만 이승엽에 대한 일본 팬들의 사랑과 열정은 대단해서 그의 인기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경기 전 도쿄돔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일본인 택시 기사가 "요미우리가 부진하지만 많은 팬들이 이승엽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찿는다."고 한 말이 빈 말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일본 교토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이영숙씨의 식당은 요미우리의 코치들이 오사카에서 경기할 때 마다 즐겨찾는 곳이다. 이 식당에서 만나 알게 된 요미우리의 스카우트 담당 고노 가즈마사씨는 이승엽을 '대단한 선수'라며 격찬했다.

고노씨는 이승엽에 대해 홈런포를 토해내는 타격 기술도 훌륭하지만 강인한 정신력으로 일본 선수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는 점을 더 높이 평가했다. 이승엽은 무릎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경기 출전을 포기하지 않았고 구단측은 이러한 이승엽을 남게 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승엽을 전폭적으로 신뢰한 하라 타츠노리 요미우리 감독도 도쿄 신주쿠의 유명한 한의원에서 약을 지어 이승엽에게 건네기도 했다.

이달 중순이면 다시 고향 대구를 찾는 이승엽은 맹훈련을 해 내년 시즌 다시 도쿄돔에 설 것이다. 열악한 대구구장에서 국민 타자로 성장한 그는 도쿄돔에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것이다. 때마침 대구에 새로운 구장을 짓기로 했다니 만시지탄이지만 기대를 해 본다.

양효석

▶양효석씨는 계성고와 경희대에서 농구 선수로 활약했고 효성여고에서 20여년 간 지도자 생활을 한 경기인 출신이다. 지금은 대구스쿼시협회 전무와 스쿼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으며 사업 차 1년에 한, 두 번 이상 일본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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