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12시 대구 북구 산격 주공아파트 단지 내는 '매잠골(산격동의 옛 지명) 주민축제'에 참여하려는 주민 100여 명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 인도 옆 간이천막 아래 펼쳐진 '나눔먹거리장터'에는 파전 등 음식을 주문하려는 주민들로 북적였고, 직접 만든 비누와 공예품을 파는 '알뜰나눔장터'에도 가격을 흥정하는 주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흔일곱의 시어머니와 함께 축제를 보러 나온 박순덕(66·여) 씨는 "관절염을 앓아 밖에 나오기가 힘든 어머니에겐 이런 행사가 삶의 활력이 된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파전을 굽고 있는 북구어르신 봉사단의 배원조(65·여) 씨 역시 "비록 한 장에 1천 원 하는 파전이지만 이 수익금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고 생각하니 힘이 절로 난다."며 지병인 허리의 통증도 잊고 열심히 파전을 굽고 있었다.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과 사회복지단체들이 이웃 간 정을 나눌 수 있는 '주민 축제'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콘크리트 장벽에 가로막히고 삶에 지쳐 주위를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주민들 스스로 이웃 간 화합의 장을 마련한 것. 특히 이번 축제는 노인 요양원인 신안사랑마을, 칠곡자활후견센터 등 복지기관들이 대거 참여해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할 계획이어서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축제를 담당했던 김득수(63) 주민축제 추진위원회 회장은 "경제적으로 힘든 이웃들은 사회적으로도 위축되기 마련"이라며 "이들 곁에서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먼 곳에 있는 친지가 아닌 바로 곁의 이웃"이라며 축제의 취지를 밝혔다. 한 달 동안의 축제 준비를 주민과 함께해 온 김영습 산격종합사회복지관 과장은 "영구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 대부분이 차상위 계층이나 기초생활대상자들로 이곳을 벗어나려는 성향이 강해 주민 화합이 힘들었다."며 "이번 행사가 주민 간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끌벅적한 행사장 뒤편 매잠공원에는 동네주민들이 직접 창작한 시와 그림 10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상상력을 동원한 초등학생들의 그림과 주민들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창작시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기도 했다. '동반자'라는 시를 지어 전시를 한 장혜숙(59) 씨는 "왁자지껄한 행사 속에서 잠시라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 부끄럽지만 시를 내놓게 됐다."고 했다. 하루 종일 열린 이날 행사는 오후 9시 주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치러진 '주민노래자랑'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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