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중독의 '매듭풀기'

입력 2006-11-02 07:34:18

이런 상담을 했다. 결혼 날짜까지 받은 사람이다. 도박에 중독된 K씨. 일주일간 성인오락실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베팅에 매달렸다. 전세금으로 모아둔 돈을 날렸고 직장도 그만두었다. 결국 결혼도 취소됐다.

그리스신화에서 제우스·하디스 그리고 포세이돈은 주사위를 던져 우주를 천국 지옥 그리고 바다로 나누었다. 세계창조의 신화는 이렇게 내기에서부터 시작됐다. 로마제국 네로 황제의 부인 포파이어 사비나는 화장 중독증에 걸렸는데, 이 여자는 당나귀 젖으로 목욕하면 피부가 고와진다고 하여 당나귀 500마리를 길러 거기서 나오는 젖에 목욕했다.

당나귀를 관리하는 노예만 500명이었고 화장 시녀만도 200여명이었다고 한다. 요즘의 중독은 참 다양하다. 컴퓨터 게임 중독, 게으름중독, 일중독, 알코올중독, 도박중독, 돈 중독, TV 중독, 쇼핑중독, 섹스중독 등이다. 중독은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질병이다.

중독은 그 행위로 쾌감이 된다. 도박을 하면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다량 분비되는데 이로 인해 기분이 좋아진다. 도파민이 떨어지면 뇌는 다시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데 불행히도 같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이 정신을 잃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 올무에서 빠져나올수 있을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결심이다. 그러나 중독은 스스로 인지적인 결단으로 끊을 수 있는 병이 아니다. 그렇지만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반복하는 것이 어느정도 완화시켜줄 수 있다. 의지로 끊을 수 없다면,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다른 하나는 좋은 일에 맛을 들이는 것이다. 도박에 빠졌던 K씨도 피나는 노력 끝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평소에도 좋아하던 일이라 쉽게 일에 몰두했고, 서서히 도박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중독자는 부모에 의해 상처를 입은 경험을 가진 이가 많다. 그러다보니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하고, 이런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도박에 심취한다. K씨도 부모에게 입은 상처가 컸다. 떠올리기 싫겠지만, 자신의 상처를 아는 것도 중독을 예방하는 한 방법이다.

박세환 대구 열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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