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이구, 이 송충이들! 가로수를 싹둑 잘라내던지 해야지 원."
31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칠성2가 대구역 뒤편. ㄷ재활용센타 주인 김해곤(48) 씨는 "팔 물건들에 덕지덕지 붙은 송충이 떼느라 일도 못할 지경"이라며 "주차된 차 위에까지 기어올라와 세차를 두 번이나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가로수 주변 주민들이 '흰불나방유충의 습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근에서 커피를 팔고 있는 한 노점상(58·여)은 "손님들이 마시는 커피에 송충이가 떨어져 오늘만 두 잔이나 손해봤다. 목 뒷덜미로 불쑥 기어들어오면 얼마나 놀라는지···."라며 손을 내저었다. 재활용센터, 페인트가게 등이 즐비한 거리엔 유충이 밟힌 흔적으로 얼룩져 있었다. 담벼락, 창문, 천막 위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꼬물거리는 유충을 쓸어내느라 하루종일 빗자루를 들고 씨름을 한다.
L냉동 김형태(39) 씨는 "뒷덜미에 앉은 모기인줄 알고 툭 치고 난 뒤 송충이여서 하루 종일 찜찜했다."며 "가로수를 다 베어버리든지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도로 옆으로 양버즘나무가 줄지어 있는 침산제일교회 뒤편. 콩국수가게 개업을 앞둔 박미영(37·여) 씨는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7살짜리 막내는 송충이 때문에 칠곡의 친정으로 대피시켰다."며 "20분 간격으로 쓸어내는데도 끝이 없어 여간 골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대구 각 구청에는 하루 평균 10건 이상씩 '약 좀 쳐달라'는 민원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구청 게시판에는 '긴급 방역'을 요청하는 주민들의 글로 빼곡하다. 한 구청 녹지 담당은 "흰불나방 유충이 지난달 초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는데 양버즘나무가 워낙 많아 감당이 안된다."며 "올 4월에 수관주사를 놓는 등 예방을 했는데도 이런 '유충대란'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박희천 경북대 생물학과 교수는 "이상고온으로 10, 11월에 알을 낳고 죽어야할 흰불나방 유충이 대량 발생하고 있는데 이 현상은 몇 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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