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교도소 탈주범 이낙성 1년7개월만에 검거

입력 2006-10-31 17:07:35

서울시내 병원서 검거…치과 치료중 "내가 이낙성이다"

청송 제3교도소(구 청송감호소)에 수감돼 있다 탈주한 이낙성(42)씨가 도피 생활 1년6개월 24일만인 31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검거됐다.

이씨는 탈주 후 서울로 올라와 중국음식점 종업원으로 취업해 도피 생활을 하면서 수사망을 피해오다 이날 오후 3시10분께 성동구 성수2가 3동 영동병원 근처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이씨를 상대로 탈주 후 행적 등 기초 조사를 벌인 뒤 이날 밤 수배관서인 경북 안동경찰서로 신병을 넘겼다.

◇ 검거 경위 = 경찰에 따르면 중국음식점 종업원 등 주로 일용직으로 일해온 이씨는 이날 치료를 받으러 영동병원을 찾았다가 병원 직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이날 새벽 신촌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숙소인 성수동 여관으로 돌아가다 2층 계단에서 굴러 앞니 2개가 빠지고 턱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진료접수 과정에서 '장상철'이란 가명을 내세웠다가 병원 직원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자 "머리를 다쳐 기억이 잘 안난다"며 둘러댔고 결국 "내가 감호소에서 나온 이낙성이다. 경찰이 잘 알 거다"며 스스로 신원을 밝힌 뒤 병원을 빠져나갔다.

이씨가 병원 문을 나선 직후 병원 직원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병원에서 80m 가량 떨어진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이씨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현장에서 이씨를 검거한 성동경찰서 유진기 경사는 "이씨가 검거 과정에서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경찰 지시를 따랐지만 자수의사를 밝히진 않았으며 탈주 당시보다 많이 야윈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신원을 밝힌 이유에 대해 "쫓기는 생활이 힘들어 자수하려 했다. 괴롭다"고 말했다.

◇ 도피 행적 = 이씨는 강도 등 혐의로 2001년 말 체포돼 징역 3년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고 2004년 1월 말부터 옛 청송감호소(현 청송 제3교도소)에서 보호감호를 받던 중 치질 수술을 위해 지난해 4월6일 경북 안동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이튿날인 7일 새벽 1시께 교도관의 감시 소홀을 틈타 교도관이 벗어둔 점퍼와 병원복 차림으로 도주한 이씨는 이후 신분을 속이고 중국음식점 종업원 등으로 취업해 도피 생활을 하며 수사망을 피해왔다.

이씨는 탈주 직후 택시를 잡아타고 곧장 서올로 올라온 뒤 교도소 동기 엄모(39)씨를 만나 옷을 갈아 입었으며 북창동 인력시장을 통해 일자리를 수소문, 구리의 한 중국음식점을 소개받아 설거지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리와 마포의 중국음식점에서 5개월 간 일하다 그만 둔 이후로는 서울 시청, 신촌 등지의 음식점에서 일용직으로 일해왔으며 세인의 눈을 피해 음식점 인근 여인숙이나 여관을 전전하며 은신해 왔다.

이날 상처 치료를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는 '장상철'이란 가명을 썼으나 평소에는 무협소설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는 '정종철'이란 이름을 써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신분을 숨기고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하루 일하고 하루 돈을 받는 일당식으로 일해서 인적사항이 필요없었다. 본명을 밝힐 필요가 없고 서류를 작성한 것도 아니어서 일자리를 비교적 쉽게 구했다"고 설명했다.

◇ 추적과정 및 향후 수사 = 경찰은 이씨 탈주 직후 1천만원의 보상금을 내걸고 전국 숙박업소와 버스터미널, 기차역 등을 중심으로 수배전단을 뿌리며 대대적인 검거작전에 들어갔다.

초기엔 시민제보가 쇄도하는 등 검거는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지만 대부분의 제보가 오인신고로 판명나며 이씨의 행적은 오리무중 상태로 빠져들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일선경찰서에 전담반까지 꾸려 행적을 쫓았지만 탈주 후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해외 탈출설까지 나돌았고 일각에선 '제2의 신창원' 사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이날 이씨가 "쫓기는 생활이 힘들었다"며 스스로 신분을 드러냄으로써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은 일단 이씨를 상대로 기초 조사를 한 뒤 수사본부가 차려진 경북 안동경찰서에 신병을 넘기고 도피 후 행적을 비롯한 여죄를 수사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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