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소송 전쟁' 이제부터 시작?

입력 2006-10-31 10:50:02

"아파트 문제, 더 이상 못참겠다."

대형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권리 찾기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입주민들이 하자, 일조권, 소음 고통 등을 들어 건설업체를 상대로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며 피해 보상을 적극 요구하고 나선 것. 주거문화가 아파트 중심으로 옮겨지면서 새롭게 생겨난 사회현상이다.

◇하자소송 전쟁

아파트 소송의 대부분은 '하자' 문제. 건설업체들이 공사비 절감을 위해 적당하게 치장하는 병폐 때문이다. 이중엔 2000년 이전 외환위기때 지은 곳들이 많고, 하자보수 보증기간 내인데도 제대로 보수를 받지 못해 법정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이와 관련 지역 아파트 단체들은 "하자문제로 고민하는 주민들은 권리 찾기에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의 추세는 건설업체가 보수비 지급을 거부해 법정 소송이 일어나면 아파트 주민들에게 절대 유리하다는 것. 실제로 대구지법 제13민사부는 지난달 22일 달성군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가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하자보수보증금 소송에서 2억 2천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의 소송 여정은 험난했다. 보수 책임을 물을 건설업체가 부도나 하자보수를 보증해주는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를 상대해야 했던 것. A아파트가 선임한 변호사가 1명뿐인데 반해 대한주택보증은 6명의 변호사를 내세운 데서 보듯 정부출자기관인 대한주택보증과 싸우기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결국 법은 '약자'의 손을 들어줘 보수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전쟁은 이제 시작

하자보수가 2000년대 이전 아파트들의 주된 문제라면 최근의 아파트 입주민들은 광고와 시공 약속 위반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모델하우스. 지난 8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B아파트 주민 100여 명은 "건설업체가 시공전의 예전 아파트보다 30% 이상 시설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혀 지키지 않았다."며 건설업체들의 대구, 서울 본사까지 찾아가 항의하는 등 3개월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 C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달에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지만 모델하우스에서 소개한 아파트와 전혀 모습이 다르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입주민 최모(주부) 씨는 "엘리베이터의 말라붙은 페인트 자국이며 금이 간 대리석과 못 자국이 선명한 나무 벽까지 입주민들의 실망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대구 수성구 일부 아파트 주민들이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평당 1천만 원이 훨씬 넘는 분양가를 고려할 때 소송이 이뤄진다면 지금까지 대구·경북의 아파트 소송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 시공사들은 "설계도면대로 공사를 끝냈고, 사전 점검과 사용 검사까지 모두 끝난 이제와서 시공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소송까지 갈 이유가 없고, 소송에 가더라도 질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소송 전쟁, 어떻게 막을까

법조계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을 상대로 한 아파트 입주민 소송은 전국적으로 연간 수백 건. 지금 서울에서는 1층 전용정원 광고, 동향인 주상복합아파트의 일조권, 아파트 평수 계산 등과 관련한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상복합 및 초고층 아파트 신축이 봇물을 이루는 대구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구 아파트단체들이 제기하는 근본 대책은 입주민들의 '사전점검'이다. 일이 벌어지고 난 후 권리 찾기에 나설 것이 아니라 미리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사실 아파트들은 입주 전 사전점검제도가 의무화돼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준공 직전 아파트를 방문해 건축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절차지만 그러나 비전문가가 사전에 문제를 확인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그냥 보기만 해서는 문제점들을 밝혀 낼 수 없다."며 "이미 다 지어 놓은 아파트를 다시 해체하지 않는다면 일반 주민들이 문제점을 찾아내고 준공을 연기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용검사 이후 아파트 전매를 계획하는 사람들도 하자를 전혀 신경쓰지 않거나 준공 연기를 반대한다."며 "결국 실제 입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병우 아파트생활문화연구소 사무국장은 "입주예정자들이 사전점검 이전부터 설계도면과 공사내역을 꼼꼼히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입주 전 아파트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 @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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