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휴대전화에도 TV 시청료 부과' 논쟁

입력 2006-10-31 08:14:11

일부 국가의 공영 TV 방송국들이 TV 프로그램에 접근 가능한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시청료를 부과하면서 이 문제가 잠재적인 정치적 이슈가 됐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30일 보도했다.

IHT에 따르면 최근 스웨덴이 본격 공영서비스 TV 프로그램에 접근 가능한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TV 시청료 부과 대상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스웨덴 가정의 연간 시청료는 2천 크로네(275 달러) 정도다.

이런 가운데 스웨덴 문화장관과 통상장관이 시청료를 내지 않았다고 시인한 뒤 사임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웃 핀란드에서는 뉴스 통신사가 각료들에게 시청료 납부 여부를 질문한 뒤 총리가 각료들에게 관련 발언을 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일도 있었다.

독일의 16개 주 정부 지도자들은 이달 공영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한 컴퓨터들에 매달 5.52 유로의 시청료를 부과키로 합의했다.

내년 1월에 시행되는 이 시청료는 이미 매달 17 유로의 시청료를 내는 가정에는 적용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한 TV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한 컴퓨터를 소유한 회사들에 적용된다.

이에 대해 독일산업연맹 등 20개 업계 단체들은 새로운 시청료 부과 계획을 중지하라고 청원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 단체는 컴퓨터는 필수적인 사무실 기기라면서 "새 조치로 기업가들은 원치 않는 서비스에 강제로 돈을 지불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컴퓨터를 통해 실제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사람들에게만 돈을 받으라는 것이다.

지난 여름 일단의 영국 젊은이들은 건물 창 밖으로 TV 수상기를 집어 던지는 행위를 통해 불만을 표출한 뒤 이 장면을 녹화해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국들의 입장은 다르다. 스웨덴 라디오 측은 시청료 부과 확대로 생긴 재원으로 기술 변화에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럽방송연맹(EBU)의 장 레베이옹 사무총장은 시청료는 편집 독립 보장에 필수적이라며 "사회가 공영 프로그램으로부터 혜택을 보기 때문에 모든 시민은 프로그램 제작 지원에 동참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IHT에 따르면 핀란드방송은 시청료 징수로 경비의 90% 정도를 확보하고, 영국 BBC도 시청료에 크게 의존한다. BBC의 지난 회계연도 시청료 수입은 30억 파운드(57억 달러)였다.

BBC 시청료 징수 대행업체는 특수 장비가 실린 트럭을 몰고 다니며 시청료를 납부하지 않는 가정들을 찾는데, 이 업체는 지난 회계연도에 하루 평균 1천 건의 미납자들을 적발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TV 소유자들은 연평균 약 200 유로의 시청료를 국가 공영 방송에 내고 있다고 IHT는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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