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돌로 쌓은 탑 위에

입력 2006-10-31 07:24:06

얘야, 달력을 보니 오늘은 '저축의 날'이로구나.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지런히 일하고 저축하여 오늘날 우리나라는 이만큼이나마 살게 되었는데 요즘에는 '저축의 날'이 점점 소홀해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구나.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네.

어느 마을에 욕심쟁이 영감이 살았어. 이 욕심쟁이 영감은 무엇이나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지 않으면 배가 아팠지.

욕심쟁이 영감은 농사를 지으면 마당에 높이 쌓아놓고 자랑하기를 좋아하였어. 그래서 욕심쟁이 영감네 집 마당에는 언제나 곡식 가마니가 높이 쌓여져 있었지.

욕심쟁이 영감네 이웃에 돌이네가 살고 있었어. 돌이네 집은 매우 가난하였지.

"아버지, 우리는 언제 옆집처럼 곡식 가마니는 쌓아놓고 살아갈 수 있나요?"

"으응, 부지런히 일하면 되지. 그리고 집으로 들어올 때에는 빈손으로 오지 말고 무엇이나 들고 들어오고……."

"보이는 건 앞 냇가 돌멩이밖에 없는데요?"

"그거라도 들고 오면 좋지."

그날부터 돌이는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돌멩이를 하나씩 들고 왔단다. 돌이는 주워 온 돌멩이를 마당에 쌓기 시작하였지.

'곡식 가마니는 아니지만 높이 쌓아야지.'

마침내 돌탑은 욕심쟁이 영감네 곡식 더미 높이만큼이나 높아졌단다.

어느 날 욕심쟁이 영감이 이 돌탑을 바라보게 되었어.

"아니, 저 돌탑 꼭대기에 놓여있는 것은 금덩이가 아니냐? 번쩍번쩍 빛이 나는구나. 옆집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얹어놓은 게 분명하다! 옳지, 저 금덩이를 손에 넣어야겠구나."

욕심쟁이 영감은 돌이네 집을 찾아가서 점잖게 말했지.

"그동안 내가 이웃을 잘 도와주지 못하여 미안하네. 우리 집에 있는 곡식과 이 집의 돌탑을 서로 바꾸세."

"그러면야 우리는 아주 좋지요. 돌멩이는 먹을 수가 없으니까요."

"대신, 우리도 양식은 조금 있어야 하니 맨 위에 있는 곡식 몇 가마니는 남겨놓고 가져가게."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두 집은 곡식과 돌멩이를 서로 바꾸게 되었지.

돌탑을 모두 옮긴 다음 욕심쟁이 영감은 금덩이를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았어.

욕심쟁이 영감은 펄펄 뛰어오르며 고함을 질렀지.

"아니, 맨 위의 금덩이가 어디로 갔느냐?"

그러자 돌이가 말했지.

"맨 위의 것은 서로 자기가 가지기로 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르신도 곡식 맨 위의 것은 두고 가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우리도 돌탑 맨 위의 돌멩이는 우리가 가지기로 하였습니다."

"뭐라고, 아이고! 나는 망했네."

욕심쟁이 영감은 그만 땅바닥을 치며 울부짖었단다. 무엇이든 많이 모으면 쓸모가 생기지. 하지만 욕심을 부리면 언젠가는 망하게 된다는 교훈을 주는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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