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쥐를 잘 잡아야 고양이 소리를 듣는다. 쥐를 보고도 안 잡거나 잡으란 쥐는 안 잡고 산토끼나 죽이며 엉뚱한 짓 하고 다니는 고양이는 들고양이 대접밖에 못 받는다.
DJ정권 이후 우리 국정원이 바로 그런 '쥐 안 잡는 들고양이' 같다는 불신을 받아왔다. 간첩 잡는 본분은 뒷전이고 도청이나 열심히 하고 다녔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386 운동권 간첩혐의사건'이 터졌다. 그것도 '386 정권'이라는 운동권 입김 센 노무현 정권 밑에서 터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첫 반응이 '국정원이 웬일이야?!'다. 모처럼, 그야말로 모처럼 오랜 불신을 깨고 '쥐를 잡은 진면목'을 보인 게 신통하고 의아스럽기까지 하다는 반응들이다. 그러나 웬일이지? 하면서도 역시 최고 엘리트 조직으로 꼽히는 국정원이라는 잊혀 있던 신뢰와 기대가 되살아난 분위기다. 한마디로 이승엽의 홈런이나 하인즈의 터치다운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박수를 친다.
간첩이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는 게 아니라 이상한 기운에 눌려 비틀대던 국가의 기간조직이 제대로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구나 하는 희망 때문이다. 그래서 건의컨대 이번 386 운동권 간첩혐의사건을 '간첩'사건으로만 좁혀 보지 말고 프락치사건이란 개념으로 폭넓은 수사에 유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러시아 語(어)인 프락치(Fraktsiya)는 스파이, 密偵(밀정), 첩자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지만 실은 특정 정치 세력 정당 등이 '민주'니 '민족'이니 '자주' 같은 위장된 이름을 붙인 노동단체'사회단체'교육대중단체나 기업체 등에 첩자를 집어넣어 선동과 폭력투쟁 등으로 조직을 깨고 흔드는 일을 공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지난 정권 이후 줄곧 일부 기업체, 학교, 이런저런 단체 속에서 끊임없이 빚어진 불법'과격'폭력분쟁들을 수없이 보아온 국민들 심중에는 그런 사태들이 좌익 프락치에 의한 경제 우위의 남한체제 흔들기는 아니었을까란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좌파의 프락치사건은 57년 전엔 국회에서도 전례를 보였던 역사가 있다. 1949년 5월 20일 대한민국 제1대 국회의 소장파의원 13명이 북한공산정권의 남로당과 내통한 속칭 '국회 프락치사건'이다. 그때도 이들 프락치 주범들은 요즘의 386세대 격인 少壯派(소장파) 국회의원들이었다. 57년 전 그들의 소위 '7개 원칙 노선'의 핵심은 요즘 좌파와 일부 운동권들의 노선과 쏙 빼닮아 있다.
外軍(외군) 철수, 국가보안법 반대 및 남북사회단체가 정치회의를 구성하고 그들이 헌법 제정, 정부 수립, 반민족행위 처단, 방위군 편성을 하자는 노선 등이다.
이번 386 간첩혐의사건에도 구속 체포된 5명 모두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노선을 걸어왔던 운동권 출신들이다. 좌파와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은 57년이 지났지만 조금도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모처럼 박수받고 있는 국정원이 끝까지 더 파헤치고 유의해야 할 일은 과연 깊은 구멍 속에 몸을 숨긴 채 좌익 프락치공작을 계속 지휘하고 있는 세력이 좌파정당과 국회, 정권의 심장부 바깥에만 있을까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국정원의 때늦은 용기와 능력에 경의를 보내며 당부 드린다. 대한민국에 이미 트로이의 목마가 들어와 있는지 살피라. 목마는 보이지 않되 유사시 목마 속에 숨어 들어갈 병사들은 미리 들어와 도처에 깔려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온갖 조직 속에 들어가 프락치공작으로 사회의 안정과 평화를 깨고 기업체를 흔들고 있는 세력. 그런 구멍 속의 쥐부터 잡아라. 반드시 있다. 그리고 끝까지 밀리지 말라. 이번에 또 밀리면 영원한 '들고양이'가 되고 만다.
金廷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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