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걸어본 적이 없는 아홉 살짜리 여자아이가 경북대학교 대강당에서 희망교까지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거리를 잘 걸어갈 수 있을까?'
일요일 오전 8시, 딸아이와 함께 '2006대구여성회 걷기대회'에 참여하면서 내가 가졌던 우려였다. 출발을 앞두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걷기대회를 하는 거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그랬더니 대뜸 "걸어야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돼?" 하고 아이가 되물었다.
"걸으면서 함께 생각해 보자는 거야."라고 재차 설명해 주었지만 선뜻 이해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아이는 결국 출발부터 투덜대기 시작하더니 칠성시장을 지날 때까지도 불만은 계속됐다. 걷기 대회의 의도가 뭐든 자기는 걷기 싫다는 거였다.
그러던 아이가 여성회에서 마련한 행사 부스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평등감수성지수 알아보기에서 '평등감수성 절대지존'이라는 결과 앞에 서자 어깨가 으쓱해졌고, 평화를 찾아가는 풍선 터트리기에서는 "엄마, 전쟁과 폭력 중에서 나는 전쟁이 더 싫어."하며 자기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신천교쯤에 마련돼 있던 커다란 공에는 제 손으로 "씩씩한 마음으로 걷자"라는 메모까지 남겼다. 물론 그 이후부터는 희망교까지 신이 나서 씩씩하게 걸어갔다. '2006대구여성회 걷기 대회'의 주제는 '살맛나는 세상, 참여와 나눔으로'였다.
새로운 기부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도 있었다. 참여와 나눔, 그 실천으로서의 기부는 말이 쉽지 실천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다 보면 참여와 나눔, 그리고 기부의 참된 즐거움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신천의 푸른 잔디 위를 '씩씩한 마음'으로 걸어가 결국 희망교에 다다른 아홉 살 내 딸아이처럼.
(박미진 대구여성회 평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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