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질 수 없다는 절박함'(한화)과 '꼭 이기겠다는 필승 의지'(삼성)가 정면으로 충돌한 한국시리즈 5차전은 겉으로는 총력전 양상을 띠었지만 극심한 소모전으로 끝났다.
하지만 내용상 울고 웃은 팀의 명암은 극명히 엇갈렸다.
삼성은 6차전 선발투수인 팀 하리칼라를 제외하고 엔트리에 포함된 투수 9명을 모두 쏟아 부었지만 타선 침묵으로 우승을 확정짓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 한 팀 투수가 9명이 출동하기는 프로야구 25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선동열 삼성 감독은 '전가의 보도' 배영수를 투입, 조기에 승부를 끝내겠다고 선언했으나 믿었던 배영수가 1-0으로 앞선 7회 번트 수비를 하다 뼈아픈 실책을 범해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땅을 쳤다.
삼성은 야수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16명의 선수를 모두 투입하는 초강수를 썼지만 한화의 방패를 넘어서지 못했다. 특히 올 시즌 7게임 출장에 그친 한화의 '비밀병기' 지연규에게 6회부터 10회까지 철저히 막혀 이렇다할 공격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반면 5명의 투수로 15회 동안 삼성 타선을 제압한 한화는 '불펜의 핵' 문동환을 아끼면서 승부를 연장했다는 점에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노장 듀오인 지연규와 마무리 구대성이 각각 4이닝, 3이닝을 무실점으로 역투하면서 삼성 타선의 예봉을 꺾었고 상대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4이닝씩이나 던지게 했다는 점에서 분명 6차전에서 수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또 삼성의 9명의 투수를 상대로 11안타를 합작, 비록 1득점에 그쳤지만 상대 불펜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면서 9안타, 1득점에 그친 삼성을 내용상 리드했다.
양팀 모두 답답한 공격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경기가 한없이 늘어졌다. 중심타선의 무기력한 모습은 한국시리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됐다. 아무리 견제가 심하다고 하지만 이들의 빈타는 도를 넘어섰다.
양준혁-심정수(김창희)-박진만으로 구성된 삼성의 중심 타선은 15타수에 1안타 빈공에 그쳤다. 특히 수비 보강 차원에서 4번 심정수를 5회 김창희로 바꾼 삼성은 김창희가 10회 2사 만루의 결정적인 끝내기 찬스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면서 소기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게다가 박한이, 조동찬 등 1,2번 타자들이 각각 2안타씩을 때리며 득점 찬스를 여러 차례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심 타선의 분발이 촉구된다.
제이 데이비스-김태균-이범호로 이뤄진 한화의 클린업트리오도 17타수에서 2안타만 기록했다. 2안타 모두 김태균의 것으로 데이비스와 이범호는 순식간에 '경기 진행요원'으로 전락했다.
5시간 15분의 한국시리즈 사상 최장시간 경기를 펼친 이들이 29일 운명의 6차전에서는 어떤 야구를 펼칠지 이목이 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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