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고객 중 낡은 롤렉스 시계를 찬 사람의 경우 대부분 계약이 성사된다는 세일즈맨의 경험담이 알려진 바 있다. 명품에 대한 취향이 사람마다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지만 '롤렉스(ROLEX)' 브랜드 이미지는 독특하다. 조금은 보수적인 성향에다 화려한 겉치레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부자나 名士(명사)의 이미지가 강하게 배어 있다. 이 때문에 100조 원의 명품시장에서 롤렉스가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르다.
○…1905년 한스 윌스도르프가 런던에서 창업한 롤렉스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The Secret is Quality'라는 슬로건대로 품질을 최우선시한다. 플라시도 도밍고, 요요마, 에릭 클립튼, 아니카 소렌스탐, 박지은 등 각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물들이 롤렉스 홍보대사로 활동할 만큼 '제품 성능'과 '소유자 능력'이 조화를 이루는 브랜드다. 롤렉스사는 제한된 생산량에도 스위스에서 金(금)을 가장 많이 쓰는 회사다.
○…스위스 연방경제부가 26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8조에 따라 캐비아, 시계, 와인, 담배, 향수, 고급 의류와 카펫, 다이아몬드, 전자제품, 고급 자동차와 음향기기 등에 대해 대북 수출금지 사치품으로 규정했다. 스위스가 작년 북한에 수출한 사치품은 약 24만 달러어치. 대량살상무기 제작용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기계제작 공구 등 '이중용도' 품목도 지난 8년간 40만 달러어치 수출했다.
○…북한이 수입한 사치품들은 알려진 대로 북한 인구 전체의 약 10%에 달하는 핵심 충성파들을 위해 활용된다. 당 간부와 고위급 장교들의 충성심을 높이고 체제 유지를 위한 미끼인 셈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스위스 롤렉스와 정밀공구 등은 북한 체제 안보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명품들은 굶주린 주민들과 경계 짓는 다르고(Different), 더 나으며(Better), 특별한(Special) 下賜品(하사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국 무역적자 거의 대부분이 남북경협에서 벌어들이는 외화로 보전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은 일반교역과 위탁가공교역, 금강산관광 등 남북경협으로 매년 약 2억 달러를 얻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이 2천200만 달러의 슈퍼노트(정밀 위조지폐)를 유통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일부 경협자금과 위조지폐가 롤렉스를 구입하는 데 들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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