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표가 지켜본 31년 스승 김일의 '발자취'

입력 2006-10-27 09:08:49

"운동을 가르치실 때는 엄격하시지만 남들에게는 항상 모든 걸 베푸시려 했던 인자하신 분이었습니다"

26일 세상을 떠난 '전설의 프로레슬러' 김일의 31년 애제자였던 한국프로레슬링연맹대표 이왕표(50)씨는 자신에게 아버지와도 같은 스승과 사별이 아직도 믿기지 않은 표정이었다.

어릴 적부터 프로레슬러가 꿈이었던 이왕표씨는 1975년 김일 도장 1기생 모집 응시에 합격하면서 자신의 우상이었던 김일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직접 뵈었을 때는 사진이나 TV 등 언론 매체를 통해 봤을 때보다 훨씬 카리스마가 넘쳐 보였어요. 특히 운동을 가르치실 때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이왕표씨는 한국과 일본 등을 오가며 김일과 프로레슬링 경기를 하고 수년 동안 동고동락을 함께 하면서 스승의 다른 모습도 발견하게 됐다.

"평소 선생님은 강직하고 엄격하신 분이시지만 운동을 계속 함께 하다 보니 부모님처럼 인자하신 모습도 차츰 보였습니다. 일본이나 외국에 나가서 경기를 끝내고나면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주셨어요."

이왕표씨는 특히 '천하무적'으로만 보였던 스승이 자신 앞에서 눈물을 흘릴 때는 무척 놀라기도 했단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숨질 때 일본에 계셨는데 눈물을 흘리셨어요. 또 선생님의 막내 아들이 군대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도 일본에서 경기를 하셨는데 그 당시에도 제 앞에서 눈물을 보이셨죠. 그 때 '선생님도 나약하실 때가 있구나' 하는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일의 사실상 유일한 후계자이기도 한 이왕표씨는 투병 중에도 불구하고 프로레슬링 재건 사업을 위해 애쓰는 스승의 노력에 숙연한 모습도 보였다.

그는 "병원에서 10년 이상을 투병하면서도 프로레슬링 경기나 관련 행사가 있으면 불편한 몸을 이끌고서라도 항상 찾아 주셨다. 프로레슬링의 전성기는 끝났지만 선생님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됐고 항상 믿음을 주시는 든든한 존재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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