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입장에서 홈런은 분명 공포를 느끼게 한다. 홈런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위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장타력을 지닌 타자를 상대하려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승부를 기피해 볼넷이 늘어나면 상황은 점점 어렵게 돼 결정타를 맞곤한다.
그러나 반대의 측면은 없을까? 우선 한화처럼 대부분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은 오직 장타에만 의존하므로 세밀한 작전을 펼치지 못한다. 삼성의 입장에선 신경 쓸 요소가 줄어 상대하기가 오히려 편한 것이다.
그러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사실이지, 홈런이란 자주 등장하는 주연배우가 아니다. 홈런을 치기 위해서는 공의 스피드보다 더 빠른 스윙 스피드를 필요로 하고 정확한 타이밍이 필수조건이다. 그럴려면 무엇보다도 타자는 투구의 구종을 빨리 판단해야한다. 스윙 스피드를 높이려면 자연히 스윙의 폭도 커야한다.
여기서 많은 헛점들이 발생한다. 일단 빠르게 시도한 스윙은 중도에서 스윙의 궤적이나 속도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0.5초 만에 다가오는 빠른 투구의 높낮이에 따라 스윙의 높낮이도 같이 조절하기란 불가능하다. 더구나 내외각을 파고드는 볼을 배트의 중심에 맞추는 자체가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각이 좋은 변화구나 투구 속도를 조절한 체인지업을 혼합하면 타이밍마저 잃게 된다. 그래서 홈런 타자들은 오직 반복된 스윙연습에 의한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와 눈높이의 적당히 높은 투구만을 노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투구는 투수의 볼카운트가 불리할 때나 실투에 의해 비롯된다. 실투가 없다면 홈런의 확률도 거의 없다.
4차전도 역시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이 계투한 삼성 마운드의 승리였다. 전병호와 임동규는 각각 1실점 했지만 제구력을 앞세운 완급 조절로 한화의 예봉을 잘 막았다. 류현진을 앞세운 한화에 내내 힘든 승부를 펼치긴 했지만 추가점을 내 주지 않은 마운드의 힘이 승리의 발판이 됐던 것이다.
한화는 3차전의 종반 동점홈런으로 구대성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 4차전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반까지 리드한 4차전에서 문동환.구대성이 계투했다면 승부는 또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한화로서는 한 점의 승부처에서 삼성의 높은 마운드를 넘지 못한 것이 결국 3차전에 이은 연패의 원인이 됐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홈런으로 승리한 한화의 타선은 분명 무서운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승부의 핵심을 알고있는 강력한 방패 앞에서는 무력화되고 만 것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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