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힘들지! 엄마는 널 믿어. 우리 딸 파이팅!'
학창시절 차가운 양은 도시락을 펼쳤을 때 뚜껑에 곱게 놓여 있던 엄마의 응원 메시지. 별안간 눈물이 핑 고이면서 가슴 한 구석에서 왠지 모를 뭉클함이 몰려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삼삼오오 모여 치열했던 반찬 쟁탈전(?)이나 도시락에 얽힌 숱한 에피소드들은 우정의 한 축을 잇는 얘깃거리를 제공하곤 합니다.
경북대 사범대학교 부설중학교 정화자(62) 교장. 올해로 교단에 선지 40년째. 한정식 전문집 '단아정'에서 만난 그를 통해 변화된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출근과 동시에 제가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급식실입니다. 식재료의 신선도와 유통기한을 검수하기 위해서죠."
정 교장의 말을 빌리면 요즘 학생들은 편식이 심하다. 가공식품과 육류를 좋아해 급식 식단에 이런 것들이 빠지면 잔반이 눈에 띄게 남는다. 이럴 땐 교사들과 함께 억지로라도 채소 국을 학생들에게 퍼주는, 웃지 못하는 풍경도 빚어진다.
내년 2월이 정년인 그는 항상 첫 교사 부임 때의 마음으로 성실하게 학생들을 지도해 왔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어떤 상황에서는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특히 아이들이 잘 따라오지 않았을 때는 더욱 그러하죠."
반면에 보람도 있다. 여고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의 일로 소위 자율학습시간마다 자기 책상을 몰래 치우고 달아나는 문제 여학생을 계도해 지금은 어엿한 보석감별사로 자기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제자가 그 예이다.
"그 때 그 학생에게 한 말은 제가 늘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가르침이 됐습니다."
'현재의 기쁨은 미래의 눈물로, 현재의 눈물은 미래의 기쁨이다.'는 것. 현재가 힘들더라도 남보다 조금 앞서 생각하고 실천에 옮긴다면 나중에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가르침이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는 학교체벌과 부모의 항의소동에 대해서도 정 교장은 학부모들의 지나친 관심이 빚은 결과로 본다. '내 아이 중심적인 사고'는 올바른 인성교육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인성지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교사와 학교를 믿고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합니다. 교사가 교육열의가 없다면 체벌도 없습니다. 사도의 길이란 끊임없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잦은 교육정책의 변화도 학생은 물론 일선교사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은 수업시간에만 열중해도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어요. 열중하면 저절로 의문이 생길 수 있고 그에 대한 해결을 위해 스스로 공부하다 보면 정말 공부가 재미있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조급한 마음에 공부를 채근하고 학원으로 내몰다보니 학생들은 그만 제풀에 지쳐버리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 부모들은 평소에 건강유지와 공부패턴을 유지하게끔 하는 도우미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는 거죠."
◇단아정
정화자 교장이 10여 년 째 단골로 찾은 한정식 전문점 단아정은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이 묻어나는 상차림으로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끊임없이 요리를 연구하는 열성적인 주인(여·황명숙 씨)이 직접 주방에서 만들어 내는 이 곳의 음식은 그야말로 웰빙식 중심. 고객의 건강과 맛을 위해 자연친화적인 양념과 천연 소스로 맛을 내고 버섯 탕수를 만들 때를 제외하고는 식용유를 일체 쓰지 않는다. 음식의 재료도 맛과 영양이 풍부하기로 소문난 곳을 찾아다니며 구입하고 있다.
특히 오디(뽕나무 열매)로 만든 식초소스와 표고 탕수, 궁중 떡잡채, 백설기 등은 주인이 직접 만들어 손님상에 내놓는 대표적인 요리다. 단아정은 수성구 중동 희망로 네거리에서 들안길 방향 약 300m 지점 오른쪽에 있다. 점심 A코스 1만원, B코스 1만 5천원. 저녁 2만~4만원. 예약은 필수. 문의:053)762-6500
글·사진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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