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황당한 시외버스업체 지원 '실태'

입력 2006-10-26 11:25:48

경북도의 시외버스 지원 실태는 탁상행정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6년간 수백억 원의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사업을 시행하면서 지원 대상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다른 광역지자체와는 다르게 선심쓰듯 퍼부어줬다. 지급 기준도 제대로 없이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사업자단체에 배정 작업을 위임해 버리고, 사후 관리 역시 '나 몰라라'였다.

◆경북도의 지원 실태는?=지난해 도내 15개 시외버스 업체에게 경영적자 보전 목적으로 모두 103억 원(국비 35억·도비 67억)을 지원했다.

그런데 건설교통부는 국비만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국비 50%에 도비 50%를 더해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광역단체는 50:50의 비율을 지키고 있는데 경북도는 국비보다 90%가량을 더 얹어줬다. 당연히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천 YMCA 김영민 총장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버스업계 적자 경영 등의 지원은 시·도의 조례를 제정해 지급해야 하는데도 경북도는 조례도 없이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도민에게는 전혀 혜택을 주지 못하는 노선도 업체 사업장이 경북에 있다는 이유로 지원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울산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노선 등 현재 6개 업체 14개 노선이 도내를 경유하지 않고 외지에서 외지로 다니고 있는데도 보조금 지원을 받고 있다.

◆다른 곳은 어떻게 하나?=경남도는 지난 2003년 6월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보조금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그동안의 재정 지원이 제대로 된 잣대 없이 이뤄졌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경남도는 시외버스 업체들이 보조금에만 의존하려는 '기생' 악습을 없애기 위해 지원 후 감독·관리에도 철저히 나서고 있다. 노선별 수입·지출 내역을 매일 전산시스템을 통해 기록하고 수지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매달 회계법인을 통해 검증작업에도 나서 '이중 자물쇠'를 채우고 있는 실정.

경남도 관계자는 "지난 2003년 한 버스업체가 재정상황을 허위 조작해 지원금을 더 타내려고 한 사건이 터진 이후 투명장치를 구축하게 됐다."며 "이는 업체들이 지원금만 믿고 경영개선을 게을리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2001년 지원 조례를 만들었고, 업체별 경영 상황에 맞는 지원방식을 쓰고 있다. 노선별로 운송수익금을 철저하게 조사해 적자 및 흑자노선을 가린 뒤 적자노선은 100% 보전해주고, 흑자노선은 20%가량을 감액해 적자노선 지원비에 보태고 있는 것이다.

또 회계법인에 의뢰, 업체들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재무조사를 실시, 장부가 허위로 밝혀질 경우 다음해 지원금을 삭감하는 등의 제재도 하고 있다.

◆개선방안은 없나?=경북도는 도의회 장길화 도의원의 문제 제기와 언론 보도로 시외버스 지원 난맥상이 드러나자 "분명 시정돼야 할 사안"이라는 데 동감했다. 경북도 한 관계자는 "우선 다른 광역지자체와 도비 지원 비율이 차이나는 것은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 경북도는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시·도의 사례를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지원 규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도 돈을 대주는 것 외에는 뾰족한 감독방법이 없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교부세로 전환된 상태여서 예산지원은 하지만 건교부가 관여할 입장이 못된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확실한 경영 진단을 통해 업체 실태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가 제출하는 자료에 의존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지원이 필요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가려내야 한다는 것. 지원도 사업자단체에 맡길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