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여행 체험 주인공들 '한자리에'

입력 2006-10-25 07:38:13

이국땅서 또 다른 이방인 만나니 친근함에 이끌려 이내 친구되고…

지난 15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우방타워랜드. 매일신문사 주말취재팀과 함께 여행을 떠났던 유럽, 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등 대구에 사는 세계 각국 외국인 17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근로자, 사업가, 원어민 강사, 대학교 교환학생 및 교수, 공연단 무용수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첫만남. 외국인 생생 여행체험에 등장했던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이들을 더욱 반갑게 했다.

왠지 모를 친근감에 이끌려 이내 맘을 터놓고 친구가 된 이들. 맑은 가을하늘 아래 다양한 나라의 이방인들이 놀이공원에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신문을 통해 서로의 기사를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고 담당기자를 만나 여행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우방타워랜드 정문 앞에서 간단한 인사를 한 뒤 이들은 이날 홍일점인 밀레나 이바노바(22·불가리아·8월 2일자 18면·경북 포항 여행) 씨의 공연을 보기 위해 대공연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관중석 한쪽에 자리잡고 공연단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무대쇼를 감상하며 재밌는 공연을 흥미롭게 봤다. 30여 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밀레나 씨가 무대 밖으로 나왔고 여행에 동참했던 이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공연이 끝나고 놀이기구도 즐겼다. 친구를 데리고 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웃음이 그칠 줄 몰랐다. 매직 트레인을 탈 때는 동심으로 돌아갔고 바이킹을 탈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신이 났다가 갑자기 떨어질 땐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말론 딜로이(29·필리핀·7월 5일자 18면·경북 군위 여행) 씨는 "팔공산 원숭이 학교에서 즐거웠던 기억이 되살아난다."며 "이렇게 모이니 향수병도 잊겠다."고 좋아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온 린 더 구앙(46), 손 리강(29·7월 26일자 18면·경북 청도 여행) 씨는 "바이킹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갔다."고 했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을 데리고 온 구레티라카 도라피힐라(40·스리랑카·8월 23일자 22면·경남 밀양 여행) 씨는 "근로자들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놀이공원 한번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렇게 만나니 의미가 남다르고 새 친구까지 생겨 힘이 난다."고 좋아했다.

신문 지면에 등장한 뒤 재밌는 사연도 많았다. 밀레나 씨는 팬레터를 받는 등 유명세를 치렀으며 쉐아 번나라(28·캄보디아·6월 28일자 18면·충남 서천 여행) 씨는 회사 사장이 신문을 본 뒤 남다른 관심을 보여줘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팀 라나(22·필리핀·9월 27일자 18면·전북 고창 여행) 씨는 신문을 스크랩해서 보관하고 있다가 필리핀에 있는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보내주기도 했다.

윌리엄 콘드론(34·미국·4월 19일자 19면·거제도 소매물도 여행) 씨는 "신문에 소개된 뒤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며 "마음만 잘 통하면 한국여자와 결혼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빗 제르뚜(27·프랑스·4월 5일자 18면·경남 남해 여행) 씨도 "1년 정도 한국에 더 머물 예정인데 매일신문에서 다룬 외국인 생생여행 지면을 참고해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내 해질 무렵이 됐고 이들은 아쉬운 듯 포옹과 악수를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올해 말쯤 다시 모일 때는 외국인생생여행체험에 나선 사람들끼리 자체 모임도 만들고 회장, 총무도 정해 정기적인 만남도 가지자고 다짐했다. (끝)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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