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외팔 투창선수 허희선 '쓸쓸한 은퇴'

입력 2006-10-21 16:35:49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선수생활 마무리

외팔 창던지기 선수 허희선(25.경남육상경기연맹)이 제87회 전국체전을 마지막으로 '도전'을 마무리했다.

허희선은 21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대회 남자 일반부 창던지기 예선에서 탈락한 뒤 "아마도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쓸쓸한 은퇴경기였다.

예선에서 55m78을 던지는 데 그쳤다. 1999년 진주고 시절 첫 출전했던 종별대회에서 낸 성적(63m23)보다도 한참 떨어졌다.

허희선은 "나는 더 이상 선수가 아니다. 근육이 모두 풀려서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일반인들과 같다"며 "2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어깨와 허리를 포함해 온 몸이 아파서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고 속상하다. 작년 체전에도 훈련을 못하고 억지로 뛰었다"며 "단년계약을 맺고 있는 소속팀에 재계약을 요구하는 것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허희선은 세 살 때 불의의 사고를 당해 오른쪽 손이 없는 선수.

중학교 3학년 때 트랙 중거리 선수로 체육과 인연을 맺었지만 진주고에 진학한 뒤 투창으로 종목을 바꿨다.

한 손으로 바벨을 휘두르는 등 자신 만의 훈련법으로 유연성과 순발력을 키워 장애를 이겨냈고 국내 수준급 투창선수로 성장해갔다.

경성대 시절이던 2003년 전북 체전에서 남자 대학.일반부 2위(75m54)에 올라 대회 최우수선수로도 뽑히는 등 '도전 신화'도 썼다.

영예를 안고 다음 해 경남육상경기연맹에 입단, 직업선수로 새 출발을 했지만 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불행이 또 찾아왔다.

2004년 11월 경남 진주에서 지도하던 어린이들을 집에 데려다 주고 귀가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보름 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다.

허희선은 "온 몸을 크게 다쳤고 뇌출혈 때문에 수술대에도 올랐다"며 "퇴원한 뒤에 창을 다시 잡았지만 훈련조차 힘들었고 예전의 기량은 결코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선에서 초라한 성적으로 탈락한 뒤 조용히 운동장을 빠져나온 허희선은 "앞으로 뭘 할지 모르겠다. 지도자가 되려고 요새 수업을 좀 받았는데 배우기만 하다가 가르치려고 하니까 무척 힘들다. 막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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