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최강의 연기파 정재영과 흥행배우 정준호가 만났다. 이름도 심상치 않은 '거룩한 계보'(제작 KnJ엔터테인먼트, 필름있수다·19일 개봉). 정재영은 실감나는 조폭연기로, 정준호는 조연급 비중을 마다 않는 프로근성으로 함께 뭉쳤다.
게다가 충무로에 자기만의 컬러를 창조한 연출자 장진 감독까지. 정상의 배우와 감독이 정점에서 부딪쳐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어느 때보다 눈부시다.
◇정준호
흥행 보증수표 정준호. 충무로의 국회의원이다. 별명은 정 의원. 그렇다고 정치인의 부정적인 의미는 없다. '거절'이라는 단어를 잘 모르는 인간 정준호가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의 주위는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또 양지보다는 음지를 지향한다. 봉사 활동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작품에서도 몸을 낮췄다. 영화 '거룩한 계보'에서 주연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조연에 가까웠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치성(정재영)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존재였다. 톱스타 치고는 파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비중이 낮은 역할에 흔쾌히 출연했는가'라는 질문은 모든 기자의 단골메뉴였다. 하지만 그의 확고한 소신은 다시 한번 그의 진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정준호는 '내가 주연을 할 때 다른 동료들이 단역과 조연을 소화했기에 가능했다. 인생은 영화와 같다. 나만 주인공으로 살 수는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특히 메가폰을 잡은 장진 감독과의 긴 호흡은 연기에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정준호는 "심각한 상황을 즐기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감독이다. 작가주의적 색깔을 바탕으로 독특한 연출력이 돋보여서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고 말했다.
'가문의 영광', '투사부일체' 등을 통해 흥행배우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위트 넘치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관객의 배꼽을 잡게 할 준비를 마쳤다. 물론 죽마고우를 위한 최후의 반전도 있다. "'거룩한 계보'는 우리 사회의 친구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 오래된 친구의 느낌이 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정재영
외모에서 풍기는 무뚝뚝함이 '거룩한 계보'의 '치성' 캐릭터 그대로이지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음이 맞다 싶으면 만나서 술 한잔 나누는 걸 즐기는 것도 그에게서 떠오르는 친근함 그대로. 오직 바라는 게 있다면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는 게 아빠이자 배우로서의 소망이다.
' 거룩한 계보'에서도 이 '관계'가 안팎으로 중요했다. 극중에선 '치성', '주중'(정준호), '순탄'(류승룡)의 의리가, 실제 촬영장에선 주연배우 정재영, 정준호와 장진 감독의 묘한(?) 관계가 눈길을 끌었다.
정재영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래 장진 감독의 모든 작품에 출연했다. '크건 작건 다 출연했어요. 관객들은 흥행에 성공한 몇몇 작품들을 기억하지만 실제론 다 했어요. 아무래도 학창시절 때부터의 인연 때문이죠.' 장진 감독과는 서울예대 연극과 1년 선후배 사이. 장진 감독이 89학번, 정재영이 재수한 90학번이다. 두 사람은 연극관련 동아리인 '만남의 시도'에서도 같이 활동했다. 벌써 16년째다.
정재영의 조폭연기는 실감을 지나 너무 그럴듯하다. '귀여워'(2004년) 때의 실제 조폭체험이 두고두고 약이 됐다. 가장 돋보인 대목은 독방신. 같이 수감된 죄수를 폭행하고 독방에 갇힌 그는 우연히 좌-우 양쪽에 들어온 사형수와 정치범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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