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세븐업(seven-up)

입력 2006-10-20 12:02:13

知天命(지천명·50세)을 넘긴 한 언론인 선배는 '세븐업(seven-up)'을 생활 철칙으로 정해 핸드폰에 메모, 知人(지인)을 만나면 이를 설명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 대접을 받고 살려면 최소한 일곱 가지 정도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세븐업에는 클린업(clean-up), 드레스업(dress-up), 치어업(cheer-up), 셧업(shut-up), 페이업(pay-up)에다 쇼업(show-up)과 기브업(give-up)이 포함돼 있다.

모습을 단정히 하고, 옷을 잘 입고,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하고, 말수를 줄이고, 식사값 찻값 등 비용을 내는 기회를 자주 갖고, 멋진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욕심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인간미가 풋풋한 그 선배의 말을 듣는 이들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 클린업, 드레스업, 치어업과 쇼업은 일개인뿐 아니라 도시나 고장에도 그대로 적용될성부르다. 이웃에 돈을 꾸러가도 없어 보이면 꿔주지 않는다 한다. 그러기에 힘들고 어려울수록 용모를 단정히 하고, 손님을 반기고, 남에게 품위 있고 당당해야 한다.

지금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이맘때면 늘상 그래왔지만 각 지역마다 자기 지역이 최고 열악하다고 아우성을 치곤 한다. 내년 예산안이 최종 확정되는 예산 국회를 앞두고 실제 그럴 수도 있고, 국비를 한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속셈 때문에 과장하거나 엄살을 떠는 측면도 있다. 대구'경북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가 지역총생산(GRDP) 전국 꼴찌라는 말은 십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대구'경북의 이미지 또한 엉망이다. 불친절하고, 무뚝뚝하고, 춥고 덥고, 보수적이고, 대형사고가 많고, 배타적이라서 외지인이 적응하기 힘들고, 제대로 된 음식이 없고, 볼거리가 없고, 대형 프로젝트가 없고, 도시가 어둡고….

이러한 지역의 이미지 또한 실제 그럴 수도 있고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문제는 예산을 더 따기 위해 지역 경제가 어렵다고 떠는 엄살(?)과 달리, 이런 지역의 부정적 이미지를 우리 스스로 얘기한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면 음해라고 맞받아칠 수도 있으나 우리가 그렇게 얘기하고 인정해 버리니 어찌할까.

이 대목에서 우리는 과연 대구'경북이 그렇게 부정적이고 희망이 없는 곳인지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대구에는 신라시대 中岳(중악)으로 불렸던 名山(명산)인 팔공산과 靈山(영산)인 비슬산이 버티고 있다.

아름다운 낙동강이 유유히 굽이친다. 세계 어느 대도시치고 큰 산과 큰 강을 끼고 있는 대구만한 곳이 없다. 또 천년 고도로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 하나 문화유산이 아닌 것이 없는 경주가 있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까지 감동한 안동 하회마을이 있다. 영주에는 부석사 무량수전이 있고, 경산 하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조량이 많은 곳이다. 또한 경산은 원효대사와 설총, 일연선사의 고향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의병장인 문석봉 장군과 홍의장군 곽재우 의병장의 고향이 현풍이다. 유일하게 평민 출신인 신돌석 의병장이 울진에서 태어났고, 화포를 만들어 왜구를 물리친 최무선 장군은 영천이 고향이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2'28 의거가 대구에서 일어났고, 물산장려운동을 벌인 조만식 선생과 함께 서상돈 선생은 국채보상운동을 벌여 잃어버린 우리의 국권을 찾으려 했다. 이런 훌륭한 땅과 선조를 가진 대구'경북에 어찌 볼거리가 없을까?

대구의 밤이 어둡다는 말도 틀렸다. 대구가 미국 맨해튼이나 라스베이거스, 서울보다 어둡다고 하면 옳을지 몰라도 그냥 어둡다면 객관적이지 않다.

'컬러풀-대구'에는 비전이 또 있다. 솔라시티로서의 비전이다. 2000년에 국제에너지기구가 지정한 솔라시티가 됐고, 2004년 제1회 세계솔라시티총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올해는 '2006 대한민국 그린에너지 엑스포'가 대구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린에너지는 세계의 희망으로 솔라시티를 선점한 대구의 희망이 될 수 있다.

대구'경북은 무력감과 자괴감을 떨치고 세븐업, 텐업으로 스스로 당당할 때라는 생각이다.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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