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취하다] 일상속으로 파고든 '신의 물방울'

입력 2006-10-19 15:36:54

"와인이 자아내는 영롱한 색과 향기의 향연은 입안에서 소용돌이치는 풍랑을 일으켰고, 그 부드러운 흐름과 길게 남는 메아리는 오래도록 뇌리에 향내를 피웠다." 와인 마니아들에게 와인은 '신의 물방울'이라는 찬사가 붙는다. 와인 마니아들은 '신의 물방울'을 이렇게 극찬했다.

플라톤 역시 와인을 두고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루비를 녹여낸 듯한 붉은 빛깔, 코 끝을 간지르는 과실과 꽃 대지의 향기를 듬뿍 머금은 술. 하지만 와인은 '술'의 개념에 포함되기 보다는 음료나, 음식을 완성시켜주는 또 하나의 '음식'으로 간주되고 있다. 기원 전부터 인류에게 사랑을 받아와 서구 문명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와인, 그 와인이 이제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와인의 대중화

와인은 올 추석선물로 단연 최고의 신장세를 보였다. 주는 사람의 예산에 따라 다양하게 고를 수 있으며, 받는 사람의 성격과, 사회적인 위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은 특별한 날에나 마시는 것으로 간주됐지만, 요즘에는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격식있는 비즈니스 자리에서나, 연인간의 데이트자리, 가족끼리 소박하게 둘러앉은 자리에 이르기까지 와인은 격의 없이 어울리는 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와인이 이렇게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이른바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 때문. 이미 널리 알려진 상식이 돼 버린 이 말은 기름진 식사를 많이 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미국이나 다른 유럽인들에 비해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적다는 연구에서 유래했다. 특히 레드와인은 그 속에 숨어있는 '폴리페놀'이란 성분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며, 콜레스테롤 산화를 억제해 심장에 좋은 작용을 한다고 한다. 심장병 뿐 아니라 고지혈증, 고혈압 등에도 뛰어나다는 것이 각종 임상실험을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와인 다이어트', 일명 '지중해식 다이어트'도 인기다. 저녁밥 대신 와인을 마시면서 안주류를 겯들이면 공복감도 없고 체지방도 분해된다는 것.

다른 술에 비해 도수가 낮아 부담없이 마실수 있는 알코올이라는 점도 와인의 인기에 중요한 한 몫을 하고 있다. 와인은 9~14% 정도의 알콜 함량을 가지고 있는데다, 다른 술처럼 벌컥벌컥 마셔대지 않아 분위기를 즐기는 데 적당하다는 것. 더구나 여성 음주자들의 증가세도 와인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여태용 (주)세계주류상사 대표는 "소주회사들이 앞다퉈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데는 와인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그만큼 와인이 대중화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 와인의 마력을 다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향기와 맛과 느낌이 있는 술, 와인. 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부드러운 조명 아래 그 색을 비춰보고, 잔을 돌려 코로 먼저 그 풍부한 '향기'의 세계를 맛본 후, 입안에서 혀를 굴려가며 조금씩 그 맛을 음미해야하는 술. '웰빙', '느리게 사는 삶'에 적합한 '마리아주'(mariage'프랑스어로 결혼'결합이라는 뜻)이 아닐런지…. (2006년 10월 19일자 라이프매일)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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