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유현진이란 큰 산을 반드시 넘어야 할 것 같다.
왼손투수인 유현진은 올 시즌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방어율·탈삼진 1위)'을 달성한 '괴물 루키'로 삼성전에서 5승을 챙기며 천적으로 군림했다. 유현진은 삼성전에서 6차례 선발 등판, 5차례나 승리투수가 됐고 방어율 1.62를 기록했다. 1차전이나 2차전 선발 등판이 확실시되는 유현진은 대구구장에서 올 시즌 4승이나 챙기는 등 강한 적응력을 보였다.
삼성이 유현진을 두려워하는 것은 특정 투수에게 약점을 보여 큰 일을 망친 적이 몇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롯데의 최동원 투수에게만 4패를 당하며 3승4패로 주저앉은 뼈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최동원은 1차전을 완봉승, 3·7차전을 완투승, 6차전을 구원승으로 장식하고 5차전에서는 선발 패를 기록하는 강철같은 어깨를 자랑했다.
1986년과 1987년 해태와의 한국시리즈(각 1승4패, 4패)에서는 상대 왼손투수 김정수에게 각각 3패와 2패씩을 내주며 무너졌다.
감독의 투수 운용이 1980년대 초반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한국시리즈가 '왕중왕'을 가리는 최후의 승부인 만큼 상황에 따라 특정 투수가 여러 차례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은 있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김인식 한화 감독은 1차전 패전 투수인 문동환을 3, 4차전에서 구원으로 내보내 톡톡히 재미를 봤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 킬러로 활약한 유현진을 2차례 이상 선발로 내보내고 구원으로도 등판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삼성은 이번 시리즈에서 유현진만 제압하면 보다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은 유현진이 포스트시즌에서 2경기에 선발로 나섰으나 1승도 챙기지 못하는 등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하지 못한 점을 위안삼고 있다.
삼성 전력분석팀은 유현진의 볼 위력이 페넌트레이스 때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어 삼성 타자들이 한국시리즈에서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현진의 직구 최고 스피드는 3~4km 정도 떨어졌고 볼 끝도 밋밋해졌다는 것.
최무영 삼성 과장은 "올 시즌 유현진이 30경기에서 201⅔이닝이나 던졌다."며 "체력 저하로 볼 스피드가 떨어진 데다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유현진이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과장은 "시즌 때는 삼성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유현진을 공략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거꾸로 됐다."며 "삼성이 더 이상 유현진에게 끌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올 시즌 삼성 투수진에서는 배영수가 한화를 상대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 배영수는 한화전에서 2승1패, 방어율 1.37을 기록하는 빼어난 피칭을 해 1차전 선발로 유력시되고 있다. 1선발 후보인 삼성의 용병 브라운과 하리칼라는 한화를 상대로 각각 2패(방어율 3.71), 1승1패(방어율 8.18)를 기록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