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만 뛰어나면 최고?…좋은 의사 고르기

입력 2006-10-19 07:05:25

현재 전국의 병원은 1400개, 의원은 2만5000개다. 여기에 한의원과 치과까지 합하면 헤아리기 조차 쉽지않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병·의원은 많지만 아프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 옷 하나를 사더라도 가격 품질 디자인을 따지는데 하물며 생명을 맡길때는 오죽하랴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같은 병으로 일곱 군데 이상의 병원을 전전한 사람이 43만명. 열군데 이상을 다닌 사람도 20만명 가량된다. 좋은 의사와 좋은 병원 찾기는 정말 어려운걸까.

●장소: 한 대학병원의 로비

▲기자(환자에게):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라고 생각하십니까"

▲환자(약간 망설이며): "사실 참 좋은 의사를 만나기는 힘들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의사란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병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의사 아니겠습니까. 또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친절한 의사이면 더욱 좋겠지요. 진료도 과잉진료를 하지말고 정확한 진료를 하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런데 이런 의사 세상에 있을까요. 그저 환자의 말을 열심히 듣는척이라도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아쉬움이 가득담긴 얼굴로 웃는다)

▲기자(의사에게):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라고 생각하십니까"

▲의사(머뭇거리다): "좋은 의사는 우선 환자를 고칠 수 있는 실력과 지식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이것은 의사라면 가져야할 기본적인 항목일 겁니다. 하지만 본인이 잘 안다고 해도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되지않으면 소용이 없을 겁니다. 일단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말을 막는것은 삼가야겠지요. 또 좋은 의사는 함부로 100% 낫는다는 말을 하지 않는 대신 희망을 줄 수 있어야할 것 입니다. 그러나 좋은환자가 좋은 의사를 만들기도 합니다.또 현행 의료체계에서는 좋은 의사가 되는게 정말 어렵습니다.( 의료체계에 대해 말하자면 길어진다는 듯 말을 끊으며 종종걸음으로 사라진다)

고인이 된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종욱사무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좋은 의사란 겸손한 의사, 환자에게 반말을 하지않는 의사"라고 했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는 이야기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의사를 만나는것은 축복이나 다름없다. 병이 생사를 가를만큼 무거울때는 더욱 그러하다

서울의과대학 초빙교수 김 영치 교수가 의료소비자정보센터에 실은 좋은 의사고르기 요령은 다음과 같다. ▶환자를 동료처럼 대해주고 환자와 함께 질병을 치료한다고 생각하는 의사▶환자의 말을 세심하게 귀담아 듣고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의사▶생명의 귀중함을 알고 지식의 한계를 아는 의사 ▶과학. 의술. 자신의 한계를 알고 겸손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능력 밖이면 지체 없이 다른 동료 의사에게 보내주는 의사▶환자의 면역기능 증강을 위해 주사나 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생활습관 (음식, 술, 담 배, 운동)을 지도해 줄 수 있는 의사▶ 꾸준히 공부하는 의사라고 했다.

또 환자에게 늦었다고 겁을 주는 의사는 좋은 의사가 아니다. 환자의 상태와 치료방법을 알려 주고 안심시키는 의사가 좋은 의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또한 환자 스스로 좋은 의사를 판단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좋은 의사를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좋은 병원 고르기 요령은?

질병에 걸렸다고 해서 무조건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질병의 80%는 자연치유가 되고, 15%는 동네의사들이 알 수 있는 병이다. 전문의료인의 손이 필요한 경우는 전체 질병의 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유명한, 큰 병원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좋은 병원은 첫째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고(믿을 수 있고) 돈이 덜 드는 곳이 좋다. 둘째 아프거나 병이 났다고 의심될 때 대부분 큰 병원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대학병원으로 몰리지만 무조건 대학병원이 좋은지는 숙고해 보아야 한다.

가령 치질수술을 하고 싶다면 큰 병원을 갈 필요가 없다. 큰 병원은 치질 수술을 할 기회가 오히려없다. 치질수술은 치질수술을 많이 해 본 곳이 더 잘 할수있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병원에 가기 전에 인터넷 상담을 통해 상담할 기회를 갖거나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많이 얻어 판단해야 한다. 또 질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선정해야 한다. .

김순재 편집위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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