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시평] 새 주소사업과 도로이름

입력 2006-10-18 08:49:23

우리 주소체계는 1910년 일제시대 지번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이후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토지분할, 합병으로 지번이 불규칙하게 부여되면서 위치식별이라는 본래 기능이 발휘되지 못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주소체계의 선진화를 위해 정부는 1996년부터 행정자치부에 '도로명 및 건물번호 실무기획단'을 설치하고 '도로명 및 건물번호 부여사업'(이른바 새주소사업)을 시작, 이제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도로명주소법)의 제정으로 결실을 맺는 단계에 까지 왔다.

도로명 주소는 2011년 12월 31일까지는 기존의 지번체계와 병용해 사용하고, 2012년 1월 1일부터는 도로명 주소만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새 주소사업은 ▷도로명 제정 및 건물번호 부여, ▷도로명판 및 건물번호판 설치, ▷새 주소 안내 전산시스템 구축 등 3개 분야로 되어 있다.

이 가운데 주소체계 개편의 핵심은 지번중심에서 도로명 중심으로의 변화다. 지금까지의 주소 표시는 대구시+자치구+법정동명+지번으로 나타냈던 것을 대구시+자치구+법정동명+도로명+건물번호로 표기한다.

'지번'을 '도로명+건물번호'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시에서 보듯 도로명이 지나치게 '숫자'에 의존하고 있고 또 도시규모에 비해 도로명이 적다는 것이다.

예컨대 '오봉'이라는 도로명이 들어가는 경우는 24개 도로로 오봉로, 오봉1로, 오봉2로…오봉10로; 오봉신로, …오봉순환6길 등이다. '대덕'이라는 도로명이 들어가는 것도 19개, '서부'라는 도로명이 들어가는 것도 16개나 된다.

1천만 명이 사는 서울시는 1만7천72개, 250여만 명이 사는 대구시는 도로명이 4천42개에 불과하다. 이 규모는 150만 규모의 도시가 2만여개의 도로명을 가지고 있는 영국 도시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선진외국의 도로명 특징은 분할요소(숫자)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사방식에 따라 약간의 차는 있을 수 있으나 대구시의 경우 숫자가 들어간 도로는 73%에 이르고 서구의 도로명은 무려 92%에 이를 정도로 숫자체계에 의존한다. 이 체계는 예측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장점은 있으나 지나치게 높은 비율이다.

숫자는 우선 편할지 몰라도 변별력에 애로가 생길 수 있다. 숫자도로가 많을 경우 도로명 부여사업의 정신이 훼손된다.

도로명이 호적이나 주민등록지에 따라다니는 '고향'과 같은 관념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볼 때 지나치게 높은 숫자체계는 부적합하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면 될까. 먼저 간선도로 중심으로 시행되는 새 주소사업 체계를 소로나 골목길의 경우에도 적용하면 된다.

소로나 골목길 가운데 큰 쪽이나 붐비는 길을 OO한길, OO복판길, OO마루길 등으로 이름하고 곁가지의 길을 샛길, 눈섶길, 작은길 (조그만길), 아담(한)길, (애들)놀이길 (누리길), 안길, 옆길, 나래길, 막길(막힌길), 끝길 등으로 이름짓거나 위치를 고려하여 윗길, 아랫길 등으로 부를 수 있다.

또 가로로 직선에 가까운 길은 뻗은길, 곧은길; 세로일 때는 내리길 등으로, 곡선일 때는 반달길이나 초승달길, 굽이길(굽은길), 순환길 (또는 돌이길) 등으로 하면 된다.

이같은 체계에 따르면 현행 대덕북4길을 중심되는 길로 할 경우 대덕복판길(또는 대덕한길)이 되고 현행 대덕북5길은 대덕내리길, 대덕북6길은 대덕나래길, 대덕북2길은 대덕굽이길, 대덕북1길은 대덕들머리길 등으로 하면 될 것이다.

또 특정지역이 제외되어 있는 곳(대학구내)도 있는데 이곳에도 도로명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발음 문제나 단어 연결에도 신경을 써야 하낟. '동화4길'과 '동화사길'의 관계나 오봉신로 등이 그 사례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나 구의 지명위원회 기능을 활성화 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혜와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이광석(경북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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