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들판을 바라보니 벼들이 누렇게 잘 익었구나.
어디선가 꽹과리 소리와 함께 풍년가가 들려올 것만 같구나.
앞으로는 제발 태풍이 더 오지 않아야 할 텐데……. 그래야 먹을 것이 넉넉해지고 먹을 것이 넉넉하면 사람들도 더 푸근해지지 않겠니?
그러고 보니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구나.
남태평양의 어느 조그마한 섬나라의 이야기란다. 이 섬에는 아주 재미있는 풍습이 있었지. 배가 난파해서 사람이 섬으로 표류해 오면 구해줄 뿐만 아니라 1년 간 추장 노릇까지 하게 해준 다음, 1년이 지나면 처음 섬에 올 때의 모습 그대로 바다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란다.
어느 날, 한 남자가 부서진 갑판 조각을 타고 이 섬으로 표류해 왔지. 섬사람들은 이 남자를 구한 다음, 새 옷을 입히고 왕으로 모셨단다.
"우리 섬사람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바깥세상의 많은 지식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좋소. 함께 연구해 봅시다."
왕이 된 이 남자는 매우 생각이 깊은 사람이었단다.
"그런데 전의 왕은 어떻게 하였소?"
이 남자는 전에 왔던 두 사람의 얘기를 들었지.
"네, 바로 앞의 왕은 보석을 많이 모았답니다. 우리들에게 보석을 많이 가져오라고 야단을 쳤습니다. 이 섬에 그런 돌은 흔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져다 주었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왕은 널빤지를 타고 왔으므로 다시 널빤지에 태워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왕은 보석이 너무 무거워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그만 물에 빠져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음, 그 전의 왕은 어떠하였소?"
"그 전의 왕은 먹고 노는 것을 좋아하였습니다. 매일 먹기만 하고 운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늦잠만 자고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1년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바다를 헤엄쳐 가도록 했는데 몸이 너무 무거워 제대로 헤엄을 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왕도 그만 물에 빠져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허허, 그것 참!"
이 남자는 혀를 끌끌 차면서 자신은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였지. 이 남자는 우선마을의 제일 높은 산에 올라가서 사방을 살펴보았단다.
그는 가까운 곳에 있는 섬이 무인도라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이 남자는 날마다 배를 타고 섬으로 건너가 부지런히 일을 하였단다. 밭을 일구어 과일나무도 심고, 샘도 파고, 집도 지었지.
그러다 보니 마침내 1년이 지나갔지. 이 남자는 섬의 풍습에 따라 처음 이 섬에 올 때의 모습대로 섬을 떠나게 되었단다. 마침내 이 남자는 나무 조각을 붙잡고 헤엄을 치게 되었지. 그러나 그 동안 일을 많이 해서 힘도 길렀고, 물길도 유심히 관찰해 두었기 때문에 쉽게 이웃 섬까지 헤엄쳐 갈 수 있었단다.
그리하여 이 남자는 정말로 그 섬의 왕이 되었단다. 그 섬에는 곡식이 넉넉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이 남자는 그 사람들을 모두 백성으로 받아들이고 잘 보살펴 주었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