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내 친구)어린이·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인기

입력 2006-10-17 07:45:58

초등학교 6학년 임준철(운암초·12) 군은 '경제 박사'다. 환율 변동이 수출·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가가 어떨 때 하락하는지, 시중 은행의 이율은 얼마나 되는지 등 초등학생에게는 어려운 질문들에 척척 대답해 낸다. 임 군은 지난 달 말 교육인적자원부와 문화관광부 주최로 일산 한국국제전시장에서 열린 제1회 에듀테인먼트 경진대회에 친구 3명과 팀을 이뤄 참가, 경제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오락과 학습적 요소를 겸한 이 대회에서는 경제퀴즈를 많이 맞추는 동시에 가게(분식점) 경영을 잘해 매상(포인트)을 많이 올린 팀에게 상을 주는 방식. 임 군은 "손님들이 자주 찾는 음식은 빨리 손이 가도록 진열해 서비스 지수를 높인 점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운암초등 팀은 대회를 앞두고 한 달 동안 선생님과 집중적으로 경제 공부 한 덕을 톡톡히 봤다. 김우근 지도교사는 "하교 후 거의 매일 오후 7시까지 학교에서 남아 스크랩한 신문기사를 분석하고 경제도서를 읽으면서 대회 준비를 했다."며 "청소년기 경제교육의 중요성과 효과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부 금융기업체에서 vip 고객 자녀들 위주로 진행해 오던 어린이 경제교육이 정부 기관과 금융관련 공공기관, 사설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참여 기회가 넓어지고, 교육형태도 지식과 체험을 결합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지역경제교육센터 도명국 박사는 "예전에는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경구에 매여 경제에 거부감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부를 땀의 결실과 사회적인 성공으로 보는 긍정적인 세태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여기에다 최근 통합논술이 뜨면서 논리적 사고가 중시되는 경제 공부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기대도 한 몫하고 있다.

경제교육 열기는 최근 잇따라 열리고 있는 각종 경제관련 프로그램·행사에서 실감할 수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올 들어 지난 달 말까지 초·중.고교를 찾아가 50여 차례의 경제 강연을 했다. 여름방학 때는 경제캠프도 가졌다. 권용훈 기획홍보팀 조사역은 "기회비용이나 수요·공급의 원리, 저축 등 경제에 대한 기본 개념 위주로 강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한국은행은 최근 홈페이지 (www.bokeducation.or.kr)에 경제교육 코너를 개설하고 이용자의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김병기 금융감독원 대구지원 수석검사역도 "학교에서 경제교육을 하다보면 청소년들의 금융이해력이 대체로 낮은 수준"이라며 "어릴 때부터 합리적 소비 습관을 들이면 성인이 된 후에 금융회사와 유리하게 거래하는 법이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일 없이 노후까지 설계하는 방법 등을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www.fss.or.kr)도 온라인상에 청소년 경제 교실을 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대구지원과 대구상공회의소 경제교육원도 청소년 대상 경제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측은 "다음 달 경제 주제 글짓기 대회를 열 계획"이라며 "최근 교육부, 산자부, 재경부 등 정부기관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경북연구원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 지난 5월부터 지역경제교육센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여름방학 동안 중·고교 교사 30명을 대상으로 경제교육 연수를 열었고, 매주 한 차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의 전문가를 초빙해 경제 교육아카데미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 여름 연수를 받은 정부모 구룡포중 교사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하려면 교사들부터 관련 지식을 쌓아야 하는데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업체인 '케이비전스쿨'은 최근 대구지역 고교생 100명과 함께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창업 체험을 가져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추세와 달리 아직 학교 현장에서는 체계적인 경제교육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교사와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대구 이현초교가 소비자보호원 지원으로 2004~2005년 소비자 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다.

전문가들은 단편적인 경제지식보다 실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에 대한 경제적인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금융교육 강사는 "아이 이름으로 된 통장 만들어 저축하는 기쁨을 알게 하거나, 용돈 기입장을 적게 하는 등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경제 교육을 할 수 있다."며 "이런 가르침이 어려운 경제 수식을 익히게 하는 것보다 아이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데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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