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인간의 감정이나 정서에 호소하는 글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 능력을 가진 지적인 인간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글이다. 그래서 논리적 사고를 위한 기본개념들과 구성요소들에 관해서 잘 이해하는 것이 좋은 논술을 구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논증 또는 논변(arguments)에 대한 이해가 바로 출발점이다.
논증은 결론이 전제(들)로부터 이끌려져 나오는 과정을 포함하는 문장들 또는 진술들-질문, 제안, 신청, 명령 감탄을 포함하는 문장이 아닌-의 모임을 지칭하는 것이며, 논증을 수행하는 정신적 과정을 바로 추리(inference)라고 한다. 전제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증거나 이유들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며, 전제가 좋은 증거를 제시하면 좋은 논증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좋지 않은 논증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빙성이 있는 전제들을 사용하여야 좋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논증의 단순한 한 예는 다음과 같다. 이것은 좋은 논증이다.
논증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논술이 바로 다양한 형태의 논증들의 모임에 다름 아니며, 논술의 제시문 또한 기본적으로 논증의 형태를 띠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논제 또한 제시문의 논증 내용과 상호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져야만 하는 생략된 논증이나 전제를 포함하고 있다.
물론 바칼로레아와 같은 단수 논제를 바탕으로 하는 논술문항은 논증의 형태가 없는 질문인 것처럼 보여도, 대부분 생략된 논증을 전제로 하여 문제에 접근해야만 용이하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의 형태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면 '문화는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가?'라는 논제는 '한 문화는 한 장소에서 올바르게 받아들여지고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그른 것으로 간주 될 수 있다. 모든 문화는 이런 상대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문화는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또는 '한 문화는 모든 장소에서 동시에 올바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모든 문화는 객관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문화는 보편적 가치를 가진다.'라는 논증들을 통해서 접근해야만 좋은 논술을 구성할 수 있다.
논증과 비슷하지만 실제로 논증으로 간주되지 않는 진술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분별력이 필요하다. 경고, 충고, 제안 등과 마찬가지로 믿음 또는 의견 진술도 논증이 아니다. 누가 '나는 높은 도덕적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가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부차적 책임을 가진다고 생각한다.'라고 한다면 논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입증하는 어떤 증거나 이유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논증이 아니다. 기술문(description)은 비논증의 또 다른 예이다. 관람자는 경치나 풍경 등에 대해 자신의 마음에 나타난 그대로를 표현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어떤 것으로부터 추리된다는 어떠한 주장도 없다. 비룡폭포의 웅장함을 마음에 나타난 그대로 기술한다면 논증이 될 수 없다. 보고문(report)도 어떤 상황이나 사건들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는 진술들일 뿐이다. 수험생들은 이런 종류의 진술들을 논술문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거나 완전히 배제시켜야한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종류의 글들이 사실은 논증이 아닌 셈이다. 서점에 진열된 수많은 책들, 그리고 우리가 매일 접하는 신문이나 잡지들의 내용 중에서 논증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감정이나 정서를 자극해서 어떤 느낌을 주는 글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런 글들을 읽고 여러 가지 이유에서 설득당하기도 하고 때때로 그 저자들을 추종하기도 한다. 논술을 잘 쓰기 위해서는 먼저 논증과 비논증을 잘 구별할 줄 알아야한다. 수험생들은 오직 논증에 기초한 논리를 통해서만 상대방을 설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논증은 아니지만 논술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진술이 있다. 해설문(expository passages)이 그것이다. 해설문의 필자는 하나의 주제와 함께 글을 시작하고 그것을 발전시키기 위해 글을 진행하지만, 목적은 그 주제를 입증하려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그것을 확대시키거나 다듬는 것이다. 그러나 해설문은 때때로 논증의 전제나 결론을 단순히 다듬거나 발전시키기 위해서 사용될 수도 있다. 위의 논증 '한 문화는 한 장소에서 올바르게 받아들여지고 동시에 다른 장소에서 그른 것으로 간주 될 수 있다.(세계 곳곳에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며 그 문화를 보존하고 사는 나라들에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모든 문화는 이런 상대성을 가진다. 그러므로 문화는 보편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에서 괄호 부분은 바로 해설 부분이 될 것이며 더 확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문장은 그 논증에서 전제나 결론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런 해설 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면 좋은 논술이라 할 수 없다.
전제와 결론을 그리고 논증과 비논증을 잘 구별한다면 이미 많은 부분 성공한 것이다. 비판적 읽기의 시작은 바로 텍스트의 내용에서 이것들을 구별해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논증의 형식적인 측면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고 내용적 측면을 고려한 논증에 대한 논의는 다음에 다루어질 것이다.
이종왕(영남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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