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종파간 무차별 보복 살육전…13일 이후 31명 희생

입력 2006-10-16 11:03:40

이슬람 종파 간 분쟁으로 사실상의 내전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이라크에서 상대 종파에 대한 무차별적인 보복 살육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80㎞ 떨어진 발라드 부근에서 지난 13일 이후 최소 31명의 주민이 살해됐다며 이들 대부분은 수니파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들 희생자는 발라드 출신의 시아파 근로자 14명이 발라드 인근의 수니파 마을인 둘루이야에서 최근 피살당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외치는 괴한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둘루이야의 한 과수원에서 13일 피살체로 발견된 시아파 근로자들은 손과 발이 묶이고 목에 흉기로 베인 상처가 있어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집권층으로 부상한 시아파에 앙심을 품은 수니파 세력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됐었다.

이 사건 후 보복전에 나선 시아파 괴한들은 가짜 검문소를 세워 수니파 주민들을 골라 범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심 알-카이시 발라드 병원장은 "지난 24시간 동안 들어온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수니파이고, 일부 시신은 팔과 다리가 잘리고 고문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며 피살 동기가 발라드 지역을 휩쓸고 있는 종파 간 보복전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상황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시신을 처리하기 위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2월 북부 사마라에 있는 유명 시아파 사원이 폭파된 뒤 이를 수니파의 소행으로 의심한 시아파 비밀조직원들이 수니파를 상대로 보복공격에 나서면서 두 종파 간의 유혈분쟁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니파와 시아파가 섞여 사는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한 중북부 지역에서는 보복살해된 것으로 보이는 시신들이 끊임없이 발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은 15일 바그다드 인근에서 병사 3명이 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주로 도로매설 폭탄이 터져 매일 2, 3명의 미군 병사가 희생돼 10월 들어 40명이 넘는 미군 병사가 숨졌다며 이런 추세로 가면 라마단(이슬람력 9월)과 겹치는 이달의 미군 사망자가 작년 1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아랍족과 쿠르드족 및 투르크멘족이 함께 살고 있는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는 이날 보안군 등을 겨냥한 4건의 차량폭탄 공격이 감행돼 최소 7명이 죽고 60여 명이 부상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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