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갑연 대신 마을잔치 베풀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대구 북구 도남동과 국우동 일대가 15일 하룻동안 장터처럼 북적였다. 이날 오전 대구 북구 국우동 도남초등학교. 이색 회갑연이 열렸다.
회갑이 된 이 학교 5회 졸업생들이 회갑잔치 대신 자신의 은사들과 동네 은사격인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잔치를 연 것. 이 곳은 시골 장날처럼 동네 주민 400여 명으로 붐볐다.
"동창회에서 저거 잔치 대신해서 한다카이 대단하지. 누가 이래 하겠능교." 주민들이 칭찬하느라 입이 말랐다.
이석재(89·도남동) 할아버지는 "우리도 미처 하지 못한 것을 조카나 매한가지인 동네 후배들이 하고 있다."며 "마음 씀씀이가 고마울 따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잔치를 연 동기생들은 15년째 이어온 동기회 때마다 회비를 갹출해 1천여만 원을 모았다. 그리고 이날 그동안 모은 돈을 아낌없이 썼다.
졸업생 이상도(62) 씨는 "회갑이라고 반드시 대접 받을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껏 우리를 있게 해준 어른들께 베풀고 감사하는 자리를 마련한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도남초교 후배들도 선배들의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며 이날 팔을 걷고 나섰다. 이날 5회 선배들이 주도한 잔치에 도움을 자청하고 나선 18회 졸업생 이명수(49·도남동) 씨는 "우리도 20년째 동창회를 하고 있지만 선배들이 이렇게 큰 뜻을 갖고 계신지 몰랐다."며 "우리도 지금부터 뜻을 모아보겠다."고 약속했다.
누구보다 뿌듯한 이들은 50년 전 교사들. 2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장영란(70) 할머니와 5학년때 담임을 맡았던 김창휘(75) 할아버지는 "힘든 시기에 함께 했던 제자들이 잊지 않고 불러줘서 교편을 잡았던 기간 동안의 보람을 느낀다."고 좋아했다.
행사를 준비한 이달수(61) 동창회장은 "선생님들을 수소문, 선생님 두 분을 더 모시고자 했지만 건강 등 여러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하며 "웃어른을 공경하는 좋은 전통을 단발성으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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