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와 문화다양성협약, 스크린쿼터' 국제콘퍼런스 열려

입력 2006-10-15 16:47:04

15일 오후 3시부터 네 시간 동안 부산 PIFF(부산국제영화제) 파빌리온 콘퍼런스룸에서 'FTA와 문화다양성협약 그리고 스크린쿼터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앞두고 스크린쿼터 축소로 불거진 한국 영화의 위기 사례 발표와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의 필요성 등이 집중 제기됐다.

영화배우이자 PIFF 부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성기 대책위 공동위원장는 "이렇게 긴 이름의 콘퍼런스를 진행할 만큼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전제하고 "문화다양성협약이 채택된 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가 정치, 경제 등에 밀려 있는 문화 관련 사안에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제1부 '한미 FTA와 스크린쿼터:대표적 위기 사례'와 제2부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왜 국제법상으로 무역협정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가?'에 이어 제3부 공동선언문 채택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파스칼 로가르 프랑스문화다양성연대(FCCD) 의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을 하지 못한 채 클로드 미셸 프랑스CGT 공연예술노조 위원장이 대신 발표한 기조연설문을 통해 "문화다양성연대는 총 36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1987년 출범한 프랑스 문화다양성연대는 현재 51개 단체를 아우르고 있으며 미술, 연극, 극작가 모두를 아우르고 있는 단체이며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 단체"라고 소개한 뒤 "우리가 문화다양성협정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오래 전부터 문화는 상품으로 간주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문화를 어떤 교역의 대상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며, 또한 교역은 전세계의 균형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프랑스에서는 언제나 이 정책이 존재해왔으며 르네상스 시절부터 기업 메세나가 존재해왔으나 문화다양성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양자간 무역협상과 OECD의 다자간 문화협정은 대표적인 위협 수단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네스코가 채택한 문화다양성 협약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으려면 2007년 7월까지 30개국 이상에서 비준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또한 그는 "프랑스도 스크린쿼터를 회복하는 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한국 영화계도 지치지 말고 스크린쿼터제 원상 회복 투쟁에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해영 대책위 정책위원장이자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스크린쿼터제 덕분에 한국 영화계의 상황이 호전돼 10년 만에 한국 영화의 국내 시장지분은 16%에서 50%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73일로 축소한 상태에서 한미FTA가 체결되면 한국 영화시장의 유지는 원천적으로 봉쇄되므로 이를 허용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알프레도 구롤라 멕시코 영화감독노조위원장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후 영화산업 몰락을 겪은 멕시코 영화계'라는 주제의 발제를 통해 "1994년 1월1일 NAFTA 체결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이어 멕시코 제2의 정복"이라고 전제한 뒤 "60년 이상 쌓아온, 멕시코의 정체성을 나타냈던 강력한 영화 산업이 몇 년 만에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다국적 대기업의 손에 멕시코 영화산업이 넘어감에 따라 1994년부터 2005년까지 멕시코 영화 제작 편수는 그 이전 10년간 747편에서 250편으로 줄어들어 70% 이상 감소됐다는 것. 정부의 개입으로 1997년 영화제작지원기금과 2001년 영화산업진흥기금이 조성됐으나 제작의 하향추세가 지속됐다.

제인 유 대만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외화수입쿼터 폐지 이후 대만 영화계의 변화'라는 발제를 통해 대만의 스크린쿼터제도 폐지 과정을 소개했다.

"대만 영화계와 한국 영화계는 상황이 달라 대처 방안도 다를 수 있다"고 전제하며 그는 "스크린쿼터가 자국 영화 흥행에 어떤 식으로도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결국 스크린쿼터제도를 폐지했다. 결과적으로 경영이 부진한 극장들이 자국 영화를 상영하면서 정부에서 보조금만 타는 형식으로 운영을 유지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는 대만 관객에게 자국 영화는 삼류 극장에서나 상영되는 영화라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설명했다.

짐 매키 캐나다 문화다양성연대 국제협력국장은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스크린쿼터제도를 원래대로 보호하려는 한국 문화다양성연대와 한국 영화계의 노력에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며 "무역협상에서 전면적인 시장 개방은 그 자체가 목적이며 문화 상품과 서비스는 단지 경제적 상품으로만 취급된다. 영화는 가치관, 정체성,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현실적으로 순전히 시장의 원리에만 맡겨둘 경우 우리 세계의 문화 다양성은 심각한 훼손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케일 미국 어바나샴페인대학 영화학부 교수는 '쿼터제 대폭 축소:한국은 과연 할리우드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영화가 정치와는 무관하고 문화적으로 하찮은 오락거리라는 잘못된 생각이 퍼져 있으나 이러한 견해는 미국으로 하여금 자국의 문화산업이 다른 나라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미국영화는 그 내용에 상관없이 아메리칸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며, 미국인들은 자국의 영화적 성과에 일반적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화적 교배현상으로 인해 해당 국가의 고유 문화가 서서히 파괴되는 결과가 초래된다거나 세계화 현상으로 세계가 하나의 커다란 지구촌이 돼갈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가 있지만 다른 국가의 영화를 문화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는 인식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방은진 영화배우 겸 감독은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한국 영화인들의 노력'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한국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 발표 후부터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는 영화계의 노력을 소개했다.

146일간의 장외철야농성, 146일간 1인 시위, 수차례 문화제와 집회를 통해 스크린쿼터사수와 한미FTA 저지를 위한 운동을 전개해왔다는 것. 그는 앞으로 투쟁방안에 대해 "2004년부터 의무상영일수를 영화진흥법에 규정하도록 하는 영화법 개정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며 문화다양성협약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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