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많이 걷자"…영신중 '청소년 건강걷기' 화제

입력 2006-10-14 09:11:34

12일 오후 대구 동구 영신중학교 하굣길. 학교 정문을 빠져나오는 학생들의 모습이 여느 학교 주변 풍경과 달랐다.

'만보기'를 차고 수첩을 꺼내 뭔가 기록하는 아이들. 자세히 보니 걷는 자세가 조금 특이하다. 학생들은 바르게 걷는 법을 익히는 중.

"턱은 당기고, 시선은 15m 전방을 바라봅니다. 뒷꿈치부터 발바닥, 발끝 순으로 걷고 발모양은 '11'자 형태를 유지해야 하죠." 중1년 정현우(14) 군은 '어떻게 걷는 것이 잘 걷는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었다.

이수엽(48) 교사는 "1학년 담임 선생님들과 체육 선생님들이 걷기지도자 교육까지 받아가며 바르게 걷는 법을 가르친 결과"라며 "하루에 몇분, 몇보 걸었는지 날마다 기록하는 개인 수첩까지 나눠줬다."고 귀띔했다.

'어릴 때부터 바르게, 많이 걷자!'는 운동이 대구에서 시작됐다. 대구 영신중학교 1학년 전체 300명이 그 주인공. 대구 동구보건소가 제안한 '청소년 건강걷기' 사업을 학교 측이 기꺼이 받아들였고, 대구시 워킹협회가 걷는 법을 가르쳤다.

"입시교육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건강보다 더 가치가 있겠습니까. 요즘 아이들은 고칼로리 음식을 즐겨 먹는 반면, 운동량이 절대 부족합니다. 공부에 매달리느라 체육활동에 짬을 내지 못하는데다 집으로, 학원으로 엄마, 아빠 차를 매일 타고 다니기 때문이죠.".

영신중 권오철 교감은 "'아이들을 이대로 둬선 안되겠다.'는 마음에 선뜻 걷기 운동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김대현 대구워킹협회 사무처장(계명대 동산의료원 가정의학과교수)은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걷기 운동은 전국 최초"라며 "어릴 때부터 바르게 걷는 습관을 길러야 커서 고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구보건소와 김 교수팀은 지난달 말 키, 체중은 물론 콜레스테롤, 스테레스지수 등의 전체 학생 신체검사와 개별 발사진 촬영을 모두 끝마쳤다. 걷기 자세가 좋지 않은 학생들을 집중 관리하고 6개월 후 아이들의 신체검사 지수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것.

학생들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지난 9일부터 하루 30분 이상 걷기운동에 본격 돌입했다. 학생들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만보기에 찍힌 하루평균 걸음 숫자는 3천400~3천500보.

6개월 후 걷기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대구 8개 구·군은 물론 전국 초·중·고교생들에게까지 걷기 운동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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