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내달 중앙마라톤 2시간10분 목표"

입력 2006-10-13 13:51:01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6.삼성전자)가 목표를 정했다.

세계기록(폴 터갓.2시간4분55초)도, 한국기록(이봉주.2시간7분20초)도 아니다. 다음 달 5일 서울 잠실-성남 코스에서 펼쳐지는 2006 중앙일보 서울마라톤에서 2시간10분대를 끊겠다는 게 이봉주의 현실적이면서도 전략적인 목표다.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은 13일 "현재 체력 수준을 감안할 때 2시간10분대가 적정한 목표다. 대선배 마라토너로서 침체에 빠져있는 후배들에게 자극을 가하는 역할을 해낼 걸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 마라톤은 1970-1980년대 암흑기 이후 가장 심각한 슬럼프에 빠져있다. 지난 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 5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쓰라린 좌절을 맛봤다.

12월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지영준(코오롱), 김이용(국민체육진흥공단)이 남자 마라톤 5연패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기록 면에서는 2시간10분대 선수를 찾아볼 수 없는 게 한국 마라톤의 현주소다.

1990년 전국체전 이후 마라톤 경력 16년째에 접어드는 이봉주는 생애 35번째 풀코스(42.195㎞) 완주 도전을 통해 2시간10분대를 찍어 한국 마라톤의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겠다는 전략이다.

2시간15분 안에 진입하는 선수조차도 드문 마라톤 현장에서 최고참 선배가 2시간10분대를 끊어주면 후배들의 분발에 그만큼 기폭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의미인 셈이다.

오 감독은 "지난 7월부터 두 달 가까이 강원도 횡계에서 훈련을 했고 충남 공주에 내려와 다시 한 달 가까이 강행군을 하고 있다. 나이가 있는 만큼 지구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봉주 개인적으로도 2시간10분대 기록은 의미가 있다. 아테네올림픽 직전인 지난 2004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15초를 뛴 이후 한 번도 2시간10분대 기록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테네마라톤에서 2시간15분대에 그쳤고 작년 9월 한국기록을 목표로 도전했던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12분대에 머물렀다. 올해 3월 일본 비와코마라톤에서는 족저근막염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봉주가 풀코스 마라톤에서 '타월'을 던진 것은 2001년 에드먼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비와코마라톤 딱 두 번 뿐이다.

고향인 천안에서 지척거리인 공주에서 담금질을 하면서도 추석 연휴를 고스란히 반납한 이봉주는 늘 그렇듯이 생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후배들을 독려하기 위한 '고독한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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