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을 주문해 차리는 사람들을 두고 안타까워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 중에는 정말로 안타까운 사정을 가진 사람이 적잖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가게 하느라 茶禮床(차례상) 준비할 시간이 없는 영세 상인들, 이혼한 편부 가정, 자녀 없는 노인 가정 등등이 그들이다. 세상일에는'이쪽'면만 있는 게 아님을 다시 환기하는 듯하다.
○…지금은 야구'축구'골프 등등 여러 영역의 세계 무대에서 대단한 실적을 내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적잖다. 하지만 1970년대엔 프로 권투 국제 경기가 온 국민을 결집시키는 중요한 행사였다. 세계 챔피언에 오른 유제두 선수는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폼 때문에도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1976년의 일본 원정 방어전에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가 최근 "무기력한 敗北(패배)는 정보기관의 약물 공작 때문"이라 주장하고 나섰다. 그곳에도 '저쪽'이 있다는 말인 모양이다.
○…세계를 긴장케 하고 폭력 시위 과정에서 139명을 숨지게 한 마호메트 풍자 만화 사건이 지난달 30일로 발생 만 일년을 맞았다. 세계 무슬림의 반발로 큰 곤욕을 치렀던 덴마크는 그 사이 득을 봤을까 손해를 봤을까. 최근 나온 손익계산서의 판정은 '득' 쪽 손을 들어올린 것으로 이해된다. 對(대) 중동 수출이 줄긴 했으나 서방 국가들의 수입은 더 많이 늘었다고도 했다. 겉으로는 손해 보고 속으로는 득 본 경우인가 싶다.
○…북한이 核(핵)실험을 했다는 지난 9일은 미국의 '콜럼버스 데이'였다. 그 이탈리아인이 아메리카를 '발견'한 것을 기념하는 공휴일이자 축제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지인들에게 그는 금을 약탈하고 원주민들을 잡아다 판 잔혹하기 그지없는 노예상인에 다름 아니었다. 결국엔 원주민의 씨를 말려놓고 만 원흉이기도 했다. 아메리카가 '발견'되고 엄청난 노예와 부가 '획득'된 것은 유럽 백인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었을 뿐인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을 놓고 생각들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고 한 선택이었으리라는 쪽이 있고,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침을 뱉는 반대편이 있다. 오랜 세월 민족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온 우리 교육을 거슬러, 그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냐는 否定論(부정론)이 덩달아 결집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거듭거듭 되새겨야 할 시간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