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엄마 잘 모셔라…'임산부의 날' 맞아 다양한 행사

입력 2006-10-11 11:02:43

10일 오후 6시 30분 대구 수성구의 한 호텔 연회장. 100여 명의 임산부들이 빼곡히 줄지어 앉아 기체조를 하고 있었다.

태아를 위해 열심히 기체조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들의 얼굴엔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혹시나 아내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탓.

이 날 기체조는 대구 수성구보건소가 주최한 '임산부의 날'행사 중 한 순서. 기체조에 이어 임신과 음식에 관한 강연과 태교 음악회가 이어졌다. 행사장 바깥에선 산모 사진촬영도 열리고 있었다.

저출산시대, 아기를 가진 '예비엄마'들이 여왕으로 등극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임산부의 날(10월 10일)'이 제정돼 이날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 것.

임신 6개월의 이경은(29·대구 수성구) 씨는 "태교 음악회가 너무 좋았다."며 흡족해 했다.

유정난(32·대구 수성구) 씨는 "임신 8개월 째라 조금 힘든데 이날 행사가 큰 힘을 줬다."며 "아기를 잘 낳아 기를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준다면 저출산 시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임산부 100여 명과 가족100여 명이 참석, 대성황을 이뤘다.

수성구보건소 홍영숙 보건과장은 "1년 열두달 중 가장 풍성한 달인 10월,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 머무는 시간이 열달인 것을 착안, 10월 10일을 '임산부의 날'로 정하게 됐다."며 "최근 저출산이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상황에서 임산부들을 '모시는' 행사가 이젠 필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행정기관은 다양한 '출산 장려정책'을 펴고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이달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 대구 수성구청 경우 직장여성을 위한 주·야간 임산부교실, 베이비시터 양성교육 과정 개설 등 예전에 없었던 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출산장려를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보건복지협회 대구 경북지회 조병진 팀장은 "1.08명이라는 낮은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임산부를 '받들어 모시는'사회적 분위기가 이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여성의 전화 이두옥 대표는 "임산부의 날이 제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30대에 급격히 떨어지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육아와 양육 문제를 국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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