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별들의 파티' 삼성월드챔피언십 13일 개막

입력 2006-10-11 09:18:18

정상급 20명만 출전...위성미 첫 우승 포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올스타전'인 삼성월드챔피언십이 13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골프장 캐년코스(파72.6천645야드)에서 열린다.

삼성월드챔피언십은 200여 명이 넘는 LPGA 투어 선수 가운데 단 20명만 출전할 수 있고 이들은 컷오프없이 4라운드 경기를 치러 상금 87만5천만 달러를 나눠갖는다.

총상금 규모는 '보통대회'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출전 선수가 20명에 불과해 우승상금은 21만8천750달러에 이르며 꼴찌를 해도 1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받는다.

출전 자격은 올해 4개 메이저대회 우승자와 시즌 상금랭킹 상위 선수, 그리고 유럽여자프로골프(LET) 상금 1위 선수에 단 1명의 초청 선수 등으로 제한된다.

1명 뿐인 초청 선수 몫은 '천만달러의 소녀' 위성미(17.나이키골프)가 3년 연속 차지했다.

미셸 위는 작년 이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프로 데뷔전을 가졌으나 3라운드 오소 플레이를 저질러 실격을 받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대회도 초점은 일단 미셸 위에게 모아질 전망. 그러나 LPGA 투어 상금랭킹 1∼3위에 나란히 포진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카리 웹(호주),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빅3'의 우승 경쟁도 볼만하다.

또 시즌 10승을 미루고 미뤄온 '코리언 파워'가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 지도 관심사이다.

특히 2년 만에 이 대회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박세리(29.CJ)의 재기 샷 여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누가 나오나

'별들의 파티'답게 출전 선수 면면은 화려하다. 올해 4개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웹, 소렌스탐, 박세리, 그리고 셰리 스테인하워(미국)에 상금랭킹 1위 오초아가 먼저 눈에 띈다.

상금 4위 크리스티 커(미국), 5위 김미현, 6위 줄리 잉스터(미국), 7위 팻 허스트(미국), 8위 장정(26.기업은행), 9위 한희원(28.휠라코리아), 10위 폴라 크리머(미국), 12위 브리타니 린시컴(미국), 14위 나탈리 걸비스(미국), 16위 이미나(25.KTF), 18위 스테이시 프라나마수드(미국), 19위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 등은 한결같이 LPGA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친 강호들이다.

게다가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온 위성미에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대표로 뽑힌 글라디스 노체라(프랑스)도 이름값이 만만치 않다.

이들 20명의 출전 선수가 LPGA 투어에서 수집한 우승컵만 228개에 이르고 메이저대회 우승도 41회나 된다. 올해 열린 27차례 대회에서 25승이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손에서 이뤄졌다.

20명 가운데 우승 후보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한 셈이다.

▲'빅3' 상금왕 경쟁

올해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를 다투는 '빅3' 오초아, 웹, 소렌스탐의 3파전이 이 대회에서 한결 뜨겁게 달궈진다.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오초아. 지난 9일 모렐리아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시즌 4승 고지에 올라서면서 웹과의 상금 격차를 25만 달러로 벌렸다. 시즌 평균 타수 1위(69.36타)를 달리고 있는 오초아는 현재로서는 LPGA 투어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오초아는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큰 대회'에 약하다.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진 웹은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오초아를 연장전에서 꺾고 우승을 차지했기에 오초아와 싸움에서 심리적 우위에 올라 있다.

상금랭킹 3위에 처져 있고 다승 순위에서도 웹과 오초아보다 1승이 모자라는 3승에 그치면서 쇠락세가 뚜렷한 소렌스탐은 이 대회가 텃밭이나 다름없다.

1995년, 1996년 2연패에 이어 2002년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소렌스탐은 2004년과 작년에도 2년 연속 정상에 올라 대회 3연패와 6번째 우승을 노린다.

단일대회 6승은 LPGA 투어에서 아직 아무도 밟지 못한 신기원이다.

또 통산 69승을 기록하고 있는 소렌스탐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통산 7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LPGA 투어에서 70승은 넘긴 선수는 캐시 위트워스(88승), 미키 라이트(82승) 등 2명 뿐이다.

▲우승 한풀이 나선 위성미

이번 대회에 나서는 위성미의 각오는 남다르다. 올해 들어 남자 대회에서 잇따라 망신을 당하면서 '여자대회 우승부터 먼저 하라'는 주문에 시달려온 위성미는 이 대회가 2006년 시즌 마지막 여자 대회이기에 우승컵이 누구보다 간절한 처지다.

더구나 위성미는 프로 데뷔 무대였던 작년 대회 때 단독 4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둬 화려하게 프로 선수로 등장할 참이었으나 실격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이 대회는 여러모로 위성미에게는 한풀이의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초아, 웹, 소렌스탐 등 '빅3' 못지 않게 위성미의 우승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시즌에 7차례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위성미는 준우승 2차례, 3위 1차례 등 6차례 대회에서 '톱5' 안에 들었다. 우승컵이 없을 뿐 실력은 정상급임을 여러 차례 입증했다.

특기인 장타력에 프로 선수가 된 뒤 갈수록 향상되고 있는 쇼트게임 능력과 그린 플레이를 감안하면 우승 후보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항상 문제가 됐던 경기 운영 능력도 프로 선수로 경험이 쌓이면서 크게 나아졌고 무엇보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경기에 나서느라 바닥을 쳤던 체력도 장기간 휴식으로 비축됐다.

마침 대회 하루 전인 14일(현지 시간 13일)이 만 17세 생일인 미셸 위는 생일 선물로 우승컵을 갖고 싶어한다.

▲박세리 재기 샷 날리나

박세리에게는 삼성월드챔피언십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대회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 새내기 선수였던 박세리는 1996년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골프장에서 열린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소렌스탐과 빅빙의 승부를 펼친 끝에 3위를 차지, 세계 무대에 '박세리'라는 이름 석자를 알린 계기를 만들었다.

당시 세계적 선수들과 겨뤄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어 LPGA 투어 무대에 도전한 박세리는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통산 23승을 따내는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섰던 것.

1998년 LPGA 투어에 진출한 이후 해마다 이 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하면서 1999년 우승의 감격까지 누렸던 박세리는 슬럼프에 빠져들기 시작한 2004년 대회에서는 15오버파라는 어이없는 성적을 내며 꼴찌에 그친데 이어 작년에는 아예 출전조차 못했다.

지난 6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을 제패하며 화려한 재기를 알린 박세리는 그러나 아직도 완벽한 부활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 달 롱스드럭스챌린지에서 50위에 머물며 컨디션 회복이 안된 모습을 보였던 박세리가 그동안 휴식을 통해 '초심'을 되찾고 이번 대회에서 다시 재기샷을 날릴 지 기대된다.

▲아홉수 걸린 '코리언 파워' 시즌 10승 달성하나

지난 7월 17일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에서 김미현의 정상 제패로 시즌 9승을 합작했던 '코리언 군단'은 그동안 9대 대회를 우승없이 보냈다.

2002년 세웠던 시즌 최다승(9승) 타이를 이루는 데는 시즌 절반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새로운 기록 달성은 이제나 저제나 미뤄오기만 한 셈이다.

마침 '별들의 파티' 삼성월드챔피언십에는 대회 창설 이후 사상 최다 인원의 '코리언 파워'가 출전해 우승에 도전한다.

고작 20명 뿐인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 선수는 교포 위성미까지 포함하면 7명. 더구나 출전 선수 모두가 우승후보이듯 한국 선수 7명도 전원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실력파들이다.

이 대회 우승 경험을 지닌 박세리의 활약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김미현이 시즌 3승과 함께 한국 선수 시즌 10승의 선봉에 선다.

삼성월드챔피언십과는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한 김미현이지만 절정에 올라 있는 샷 감각과 약점이던 그린 플레이에서 자신감을 찾아 이번 대회에는 작심하고 나섰다.

집이 있는 샌디에이고에서 멀지 않은 팜데저트를 찾은 한희원과 얼마전 일본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사기가 오른 장정에게도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차분한 경기 운영이 돋보이는 이선화도 이 대회 우승으로 신인왕 등극 자축 잔치를 할 참이고 한번 상승세를 타면 식을 줄 모르는 불꽃타를 터트리곤 하는 이미나도 첫 출전해서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노리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의 경연장 빅혼골프장

빅혼골프장은 캘리포니아주 최대의 휴양 도시인 팜스프링스 지역에서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이다. 팜데저트는 란초미라지, 인디언웰스 등 골프장과 온천, 카지노,쇼핑센터 등을 끼고 있는 여러 도시가 모인 이른바 팜스프링스 지역의 일원이다. PGA 투어 대회를 열기에는 관람객을 위한 시설이 부족하지만 코스 주변 풍광과 코스 레이아웃, 그리고 관리상태가 빼어나 이벤트 대회를 통해 골프팬들에게 자주 선을 보였다.

특히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타이거 우즈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선수를 불러 치른 '빅혼의 결투'라는 이벤트는 빅혼골프장을 세계 골프팬들에게 소개하는 계기가 됐다.

전형적인 사막형 코스인 빅혼골프장은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덤불과 선인장이 드문드문 서 있는 거친 땅에서 볼을 쳐야 한다.

페어웨이 중간 중간이 계곡으로 끊어져 있어 심리적인 위축감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이다. 6천645야드의 전장도 LPGA 투어 대회 코스치고는 긴 편이다.

하지만 페어웨이가 비교적 널찍하고 러프의 위협도 크지 않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에게는 어렵지 않게 타수를 줄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승 스코어가 무려 18언더파에 이른 사실이 말해주듯 버디를 뽑아내기는 쉽고 보기 이상의 스코어는 좀체 나오지 않는다.

이에 따라 승부는 어떤 선수가 아이언샷을 핀 가까이 떨어뜨리고 1퍼트로 홀아웃하느냐에 달렸다는 전망이다. 파를 지키는 플레이보다는 적극적인 버디 사냥에 나서는 선수에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한편 빅혼골프장을 끼고 있는 호화주택단지에 소렌스탐, 박세리, 그리고 위성미가 집을 갖고 있는 이웃사촌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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