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타짜

입력 2006-10-11 07:46:54

이 영화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원수도 없고, 오로지 돈만 있다는 전문도박꾼 타짜에 대한 이야기다. 각양각색의 타짜들이 등장한다. 전설적인 인물 평경장은 절제와 인간미를 가진 도박가라면, 아귀는 잔인하기 짝이 없고 인간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는 반사회성 성격의 타짜다. 전문도박은 엄한 내부 규율에 따라 이루어지고, 도박에 중독될 위험성은 병적도박만큼 크지 않다.

타짜들이 짜고 치는 화투판에서 피땀 흘려 번 돈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고니(조승우 분). 절망감에 시달리던 고니는 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불나방처럼 도박판에 뛰어든다. 평범한 청년 고니가 도살장같이 살벌한 도박판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찻길처럼 도중에 되돌아올 수 없는 외길같은 병적도박 때문이다.

병적 도박(pathological gambling)은 도박을 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도박을 하려는 충동조절장애다. 고니는 첫 번째 돈걸기에서 바로 도박에 사로잡혔지만, 병적도박은 대개 몇년 전부터 사교적 도박을 해오다가 점차 발병한다. 도박의 살벌한 승부전은 지속적인 긴장과 각성된 흥분 상태를 만들고, 뇌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이 펑펑 분비되면서 병적인 도박 중독 상태가 되는 것이다.

병적 도박증은 3단계로 진행된다. 첫째, 돈을 따는 단계로, 1년치 월급 정도의 큰돈을 따는 경험을 하면서 도박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둘째, 돈을 잃는 단계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생활이 도박 중심으로 이루어지다가 가산을 탕진하게 된다. 셋째, 절망적인 단계로 대박을 갈구하며 도박에 미친 듯이 빠져드는 시기다. 돈줄을 찾기 위해 사채도 쓰고, 절도나 사기행위로 교도소생활을 하기도 한다. 대개 이렇게 되는 데는 15년 정도 걸린다.

건전한 사회문화적 분위기의 형성이 병적도박을 예방하는 길이다.

김성미 마음과마음 정신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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