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한나라 대권주자 행보에도 불똥?

입력 2006-10-10 09:39:18

북한의 핵실험은 한나라당 유력 대선후보들의 대권 행보에도 영향을 미쳤다.

핵실험 소식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선 캠프 개소식을 황급히 취소했다. 민심대장정의 화려한 폐막을 통해 '3강구도' 진입을 노렸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뜻하지 않는 '복병'을 만난 셈이 됐다. 다만 대학 특강과 연설 일정을 잡아 놓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해당 대학 측과의 약속 등을 들어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대선 캠프 개소식을 갖기로 했던 박 전 대표는 9일 밤 측근들과 협의 끝에 행사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추후 개소식 일정도 잡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당초 11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일정을 감안, 이날 '친박'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는 개소식을 통해 세를 과시할 예정이었다.

박 전 대표 측은 "사무실 개소식은 어찌됐든 대권 행보로 비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 스스로 북한 핵실험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해놓고 행사를 강행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전 서울시장은 대구에서 갖기로 한 특강과 연설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11일과 12일 각각 영남대와 경북대에서 특강과 최고경영자과정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영대 특강의 경우 정규 수업 시간에 교양강좌로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취소하기 어렵다."면서 "특강과 기조 연설을 통해 북한 핵실험과 관련된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대신 9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 소식을 접한 뒤 북한 문제 전문가들과 긴급 회의를 가졌다.

손 전 경기지사는 9일 민심대장정을 마치는 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바람에 다소 실망스런 기색을 보였다. 여론의 집중 조명이 예상됐던 102일간의 민심대장정이 마지막 날 북한 핵실험이라는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부산발 서울행 열차 편으로 서울역에 도착해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는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뭐라고 표현하지 못할 감격스러운 순간에 마음 한 편이 대단히 무겁다. 대한민국 국민의 사랑과 정성으로 북한에 많은 인도적 지원과 경제 협력이 있었지만 김정일과 북한 당국은 우리 국민들의 순수한 열정에 찬물을 끼얹고 배신을 했다."고 분노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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