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폭풍'에 한국경제 '휘청'…수출도 타격

입력 2006-10-10 09:50:50

주식 폭락·환율 급등…"단발성 악재가 아니다"

북한의 핵 실험 강행으로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9일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이나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나온 북한의 핵 실험이 과거처럼 단발성 악재로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북핵 문제로 야기된 한반도 상황이 더욱 불투명해질 경우 국가 신인도 하락과 외국자본 이탈, 투자·소비 위축 등 우리 경제에 큰 악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주식시장 '패닉상태'=지난 4일 북한 핵실험 발표로 주가가 22.2포인트 하락한데 이어 9일 핵실험 강행으로 32.60포인트 빠졌고, 코스닥지수는 무려 48.22포인트 폭락했다. 향후 주식시장은 미국과 일본, 한국 및 UN 등 국제사회의 대응 수위에 따라 상당한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그러나 상당수 증시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북한 핵 실험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증시의 상승 추세를 바꿀 만큼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분간 1,300선을 중심으로 1,250에서 1,350 사이를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이번 조정기를 저가 매수 타이밍으로 활용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 대구지점 강대원 팀장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는 만큼 이번 북한 핵실험이 무력충돌로까지 확대되지 않는다면 증시의 추세 자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9일 개인투자자들이 거래소시장에서 5천500억 원을, 코스닥시장에서 660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사이 외국인은 각각 4천799억 원과 740억 원 어치를 매수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당분간 1200선 후반에서 횡보국면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1300선 이하로 하락할 경우 우량주를 매입하는 기회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이상후 대신증권 대구지점장은 "미국과 UN 등의 제재 강도가 향후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주식시장이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지점장은 그러나 "아직 보유주식을 팔지 않았다면 계속 그대로 보유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핵심 우량주를 선별 매수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환율 급등세 지속되나=북한 핵실험 소식에 9일 원·달러 환율이 14.60원 폭등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난 만큼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의 강경 대응이 이어질 경우 환율 상승세가 더욱 장기화돼 1천 원선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생각보다 북핵 리스크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전고점을 넘어 980원 부근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더 이상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응이 예상보다 강하거나 북·미간 긴장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천 원을 향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SK증권 김재은 연구원은 "미국의 중간선거까지는 환율이 급격한 등락을 반복하며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간선거 이후로도 부시 행정부의 대응에 변화가 없다면 연내 1천 원대 진입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수출은 이상없나=한국무역협회는 9일 북한의 핵실험 사태는 이미 우리 경제에 부분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며 향후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면 그 영향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기업의 안정적인 수출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역협회 무역연구소는 '북한 핵실험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북 핵실험 사태가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 직접적이고도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는 향후에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켜 기업의 영업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특히 환율이 급등락하면 불투명성을 증대시켜 기업의 안정적인 수출활동에 큰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북 핵실험 사태는 상품교역에 직접 영향을 주기보다는 환율의 변동성 증대나 해상 및 항공 운임 상승 등 물류비 부담 가중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연구소는 남북경제협력이 평양 중심의 남북교역(남북교역 전체의 40%), 개성공단사업(17%), 금강산관광사업(8%), 비상업성 거래(35%) 등의 부문에 걸쳐 상당한 위축이 전망된다며 특히 상업성 거래는 직접 타격을 받고 비상업성 거래도 정부의 지원중단 등으로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양국 쟁점 중 하나인 개성공단 제품의 역내산 인정에 대해 한국측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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