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곤 '만루포로 KIA 구하다'…승부는 3차전으로

입력 2006-10-10 08:15:4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내야수 이현곤(26)이 천금같은 만루홈런을 쏘아올려 벼랑 끝에 섰던 팀을 구했다.

한화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치러진 9일 광주구장.

전날 득점기회를 수차례 무산시켜 2-3으로 아깝게 진 KIA는 이날 패하면 플레이오프 진출의 꿈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프로 5년차 이현곤이 멋지게 해결사로 나섰다.

KIA의 6번 타자 이현곤은 양팀 에이스 유현진(한화)과 세스 그레이싱어(KIA)의 선발 대결로 팽팽하게 흘러가던 경기의 흐름을 한순간에 바꿨다.

이현곤은 1-1 동점이던 6회 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서 상대 선발 유현진이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던진 시속 142㎞짜리 높은 볼을 놓치지 않았다.

방망이에 제대로 맞은 공은 쭉쭉 뻗어 가을 밤하늘을 갈랐고 한화 좌익수 조원우가 펜스 근처까지 쫓아갔지만 공은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광주 구장을 가득 메운 1만3천여명의 팬들은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고 이날의 영웅 '이현곤!'을 연호했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8번째이자 준플레이오프에서 4번째 터진 짜릿한 만루홈런.

쐐기를 박는 이 한방으로 '호랑이 군단' KIA는 결국 6-1로 승리해 준플레이오프의 최종 승부를 마지막 3차전까지 몰고 갔다.

또 2002년 10월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플레이오프 4차전부터 8일까지 계속된 포스트시즌 8연패를 끊을수 있었다.

이현곤은 전날에 이어 2차전에서도 4타수 2안타를 때려 포스트시즌에서 절정의 타격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현곤은 2002년 KIA에 입단할 당시 빠른 발과 호쾌한 타격으로 '제2의 이종범'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프로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그러다 지난 해 3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한 뒤 올해 4월 의병제대했고 시즌을 앞두고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용병 마이크 서브넥이 퇴출되면서 3루수와 유격수로 기용돼 물샐틈 없는 수비를 펼쳤고 하위타선에서 매서운 방망이를 휘둘러 KIA의 보물로 자리잡았다.

팀에서 꼭 필요한 순간에 소금같은 역할을 한 이현곤의 활약이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준플레이오프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이현곤은 경기 직후 "직구만 노리고 들어가 큰 것을 치기보다 방망이 중심에 맞힌다는 생각으로 휘둘렀다"면서 "광주구장에서는 절대로 지고 싶지 않았는데 좋은 기회에서 만루홈런을 때려 정말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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