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

입력 2006-10-10 07:18:09

얘야, 어제는 한글날이었구나. '한글'이 만들어졌을 당시의 이름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었단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 지금 쓰고 있는 '한글'이라는 이름은 한글학자인 주시경 선생이 1913년에 붙인 이름이란다.

우리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로 인정받고 있단다. 그리하여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에서도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록하고 아주 귀하게 여기고 있단다. 이를 기념하여 유네스코에서는 전 세계에서 글자 모르는 사람이 없도록 공을 크게 세운 사람을 뽑아 해마다 10월 9일에 '세종상'을 주고 있단다. 이처럼 한글은 외국에 널리 알려진 우리 겨레의 가장 빛나는 문화 유산이란다.

훈민정음은 조선 제4대 임금인 세종대왕이 1443년(세종 25년)에 만들어서 1446년(세종 28년)에 백성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널리 폈단다. 처음에는 스물 여덟 글자였으나 현재는 '?, ?, ?, ?' 등 4 글자는 쓰지 않고 스물 네 글자만 쓴단다.

한글은 여러 가지 특징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먼저 배우기 쉬운 글자라는 것이 자랑이란다. 훈민정음을 만드는데 힘을 합친 집현전 학자 정인지(鄭麟趾)는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칠 것이요,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하였단다.

둘째는 발음기관을 본떠서 만든 과학적인 소리글자라는 점을 들 수 있단다. 즉 닿소리는 소리를 낼 때 ㄱ, ㄴ, ㄷ 처럼 혀나 이, 목구멍과 같은 발음기관의 생긴 모양을 본뜨고, 홀소리는 ㅏ, ㅓ, ㅗ 처럼 하늘(·)과 땅(ㅡ)과 사람(ㅣ)을 본떠서 질서 있고 체계적인 글자를 만들었지. 외국 학자들이 우리 한글을 연구해보고는 그 과학성에 깜짝 놀란다는 구나.

셋째 독창적으로 만든 글자란다.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글자는 오랜 세월에 걸쳐 복잡한 변화를 하여 오늘날에 이르렀거나, 아니면 일본의 가나 글자나 영어의 알파벳처럼 남의 글자를 흉내내거나 빌린 것들이지. 그러나 우리 한글은 세종대왕께서 독창적으로 만든 새로운 글자란다.

넷째 글자를 만든 목적과 만든 사람, 만든 때가 분명한 글자란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3천여 개의 말이 있는데 이 중 100여 개의 말만이 글자를 가지고 있을 뿐이란다. 이 중에서도 임금이 백성을 위해 만든 즉 만든 목적과 만든 사람 그리고 만든 때를 알고 있는 글자는 오직 우리 한글뿐이란다.

다섯째 나타내지 못하는 소리가 없단다. 영어, 일본어 글자로는 나타내지 못할 말도 한글로는 다 나타낼 수 있어. 훈민정음을 설명한 책에서도 '바람 소리, 학 소리, 닭 우는 소리, 개 짓는 소리까지 무엇이든지 소리나는 대로 다 쓸 수 있다'고 하였단다. 일본 글자는 받침 있는 말을 전혀 쓰지 못하는데 비해 우리는 어떤 말이라도 다 받아쓸 수 있어.

정말이지 이런 훌륭한 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휴대전화는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이것은 한글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단다.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이나 중국 글자 등으로는 우리 한글로 보내는 속도의 반도 따라오지 못한다는 거야.

이처럼 훌륭한 한글을 우리는 더욱 아끼고 발전시켜야 하겠지.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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