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에 대하여
윤경희
1
잊고 싶었을 거다, 속엣말 알알이 풀어
애오라지 혼자서 주고받던 밀어였던 거다
저렇듯
넉넉함으로
한 생을 지탱해 왔듯.
2
한낱, 알몸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성에 어린 기억들 치매처럼 흔적을 묻혀
가끔은
되돌릴 수 없는
그 끝으로 뒷걸음 친다.
3
그래도, 한때는 눈부신 꿈이었을
저 하얀 송이송이 굳은살로 박히고
올곧은
육신의 뿌리
홀씨들을 만든다.
꿈 중에는 살면서 이루지 못한, 이룰 수 없는 꿈이 있다. 그 꿈은 이루지 못할, 이룰 수 없기에 '잊고 싶'은 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꿈은 '혼자서 주고받던 밀어'가 되어 '한 생을 지탱'하기도 한다. 이제 노년이 되어 '가끔은/ 되돌릴 수 없는/ 그 끝으로 뒷걸음' 쳐 보면 비록 이루지 못하고 혼자서 속엣말로 되새겼지만 '한때는 눈부신 꿈이었'다. 그 '눈부신 꿈'이 있었기에 '올곧은/ 육신의 뿌리'를 지켜 올 수 있었고 때가 되어 혼신의 힘으로 이 '꿈'을 이어줄 '홀씨들을 만'들며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못다 이룬 '꿈'을 이어줄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과정이라 할 것이다.
구석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