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글날…"국제어 변신 멀었다"

입력 2006-10-09 10:07:57

우리말 배우는 외국인 폭증…교재·교사 '태부족'

지난 해 대구시내 한 한국어교실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6개월간 한국어교사 자원봉사를 했던 대학생 김모(25·여) 씨. 그는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교재도 형편없었고, 제대로 된 강사연수 프로그램조차 없어 그야말로 주먹구구식 교육을 했다는 것.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영어가 튀어 나오고 결국엔 손짓, 발짓까지 활용해야 했다.

"'한국사람이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뭐가 걱정이야.'라는 마음에서 뛰어든 한국어교실이었지만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천양지차였습니다. 배우는 사람이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세계 10위권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한국. 동남아는 물론, 중앙아시아 사람들에게까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데다 최근엔 한류 열풍까지 세계 곳곳을 강타, 우리말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의 수요가 폭증하지만 한국어 교육 인프라 구축은 걸음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리아'는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지만 이 브랜드를 더욱 키워줄 한국어는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대구에서 외국인 상대로 한글을 가르치는 기관은 알려진 곳만 10여 곳. 참여 외국인들의 숫자는 2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실제로는 이 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교회나 성당 등에서 소규모로 이뤄지는 가정교습식 교육이 많은데다 정부기관이나 지자체 지원없이 자원봉사 형태로 한국어 교실을 연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

현재 대구에는 외국인 주부 1천600여 명에다 1만 5천여 명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포함하면 '한국어 학습 수요군'은 2만 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어 교실을 연 기관들은 5~10명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로 교사진을 구성, 한국어 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한 사람은 사실상 손에 꼽을 정도며 교재도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제작하는 형편.

최근에야 경북대·영남대·계명대가 한국어 교사 양성과정을 개설, 예비 한국어교사들을 배출했지만 한국어 교습기관과의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영남대 국문과 최동주 교수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모국어라도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교수기술을 따로 배워야 하며, 이런 과정없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면 그들에게 큰 실례를 범하게된다."고 강조했다.

전세계 50여개 국가, 6억 인구가 사용할 만큼 세계화된 언어인 프랑스어의 경우, 세계 각국에 있는 프랑스어 담당교사를 자국으로 초청, 프랑스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언어교육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한국어보급팀 정희원 팀장은 "한국어 교육 네트워크 구축에 대해 여러가지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선 다음 달까지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활동가들에 대한 전문교육안을 마련, 이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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