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즐거운 명절을 위하여

입력 2006-10-05 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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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2천58건의 이혼 신청 사건들의 신청 사유를 보면 혼인 기간에 관계없이 '성격차이'(39%)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 다음이 알코올'약물 중독(16.8%), 경제 문제(12%), 외도(6.8%) 등의 순서. 이 가운데 다섯번째 사유로 꼽히는 '시댁 및 처가와의 갈등'(6.6%) 문제 경우 특히 명절 갈등이 주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

○…명절을 전후로 '시댁 및 처가와의 갈등'이 가장 급격하게 나타나게 된다. 특히 시댁 및 처가에 가는 문제 등으로 부부 간에 다툼이 벌어지고, 姑婦(고부) 간, 처가 가족과 사위 간에도 갈등이 커져간다. 그러다 마침내 감정이 폭발, 명절 직후 법원으로 달려가 이혼 신청서를 내밀게 되면서 이혼 신청이 일시적 급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아닌게 아니라 명절 때 공연히 티격태격 부부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별것 아닌 일로 입씨름을 하고 내내 눈꼬리를 치뜬채 냉전을 벌이기도 한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대치하다 누군가 먼저 걸고 넘어지면 그만 熱戰(열전)으로 번지고 만다. 좋은 날인 명절에 왜 부부싸움이 잦은가.

○…의외로 설'추석에도 시댁을 찾지 않는 며느리, 처가에 발걸음도 안 하려는 사위들이 적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茶禮床(차례상) 준비를 손아랫동서에게만 떠맡기는 얌체 형님들도 드물지 않다. 형님은 아랫동서와 조카들까지 선물을 챙기는데 빈 손으로 받을 줄만 아는 아랫동서들도 적지 않다. 아내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만큼 바빠 동동거리는데 남편은 종일 TV만 보면서 "물 가져와라" "재떨이 어딨냐"….

○…명절은 가족 구성원에 대한 섭섭함, 묵은 불만 등이 자칫 터져나오기 쉬운 때다. 이번 추석 연휴는 최장 9일에 이를 만큼 유난히 길다.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평소 일상에 쫓겨 덮여져 있던 부부문제'가족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크다. 심리학자들 중엔 온 나라에 '부부싸움 특별 경계령'이라도 내려야 한다고 농담 아닌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른바 '부부 10계명'의 몇 가지만이라도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내나 남편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세요" "아픈 곳을 긁지 마세요"….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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